“일본의 야스쿠니(靖國) 문제는 아직도 풀지 못한 많은 모순을 안고 있는 사회문제다. 야스쿠니를 둘러싼 정서를 묘사함으로써 배경에 깔린 역사적인 의미를 묻고자 했다.”
개봉도 하기 전에 찬반 논란에 휩싸인 다큐멘터리 영화 <야스쿠니(靖國) yasukuni> 의 리잉(李纓ㆍ45) 감독이 최근 일본 교도(共同)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야스쿠니 신사로 대표되는 일본인의 전쟁관을 알고 싶어 촬영을 시작했다”는 게 그가 밝힌 영화 제작의 이유다. 야스쿠니(靖國)>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태어나 영화 공부를 위해 일본에 온 그는 “19년 동안 일본에 살면서 역사관의 커다란 차이를 느꼈다”며 “중국인의 처지를 넘어선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고민하는 동안 10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영화는 당초 이 달 12일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 등의 영화관 5곳에서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우익세력의 압박으로 극장들이 상영을 자진 철회, 사회문제가 됐다. 언론은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문부과학성 장관과 총리까지 상영 중지에 유감을 표명했다.
발단은 지난해 12월 20일자 ‘주간 신조(新潮)’ 기사였다. 보수성향의 이 주간지는 ‘반일 영화 <야스쿠니> 는 일본(문부과학성)의 조성금 750만엔으로 만들었다’는 제목 아래 ‘중국이 선전에 이용하는 난징(南京)사건 날조 사진을 보여주는 반일 영화에 문부과학성 산하 일본예술문화진흥회의 조성금이 지원됐다’는 폭로 기사를 실었다. 야스쿠니>
이를 근거로 영화 내용을 확인해야겠다고 자민당 일부 의원이 시사회를 요청했고 지난달 12일 영화를 본 약 80명의 의원 중 극히 일부가 “야스쿠니 신사가 국민을 침략전쟁으로 내몬 장치였다고 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느꼈다”며 정부 지원의 부당성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우익 세력의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러나 상영 중지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자 영화관들이 개봉하겠다고 다시 나섰다. 배급사는 5월부터 도쿄, 오사카 등 16개 지역, 20군데 영화관과 상영키로 계약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큰 장애물을 만났다. 영화는 일본의 패전일인 8월15일 야스쿠니 신사에서 벌어지는 전쟁 찬반 데모 풍경과 함께 일본도를 만드는 장인의 모습을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는데 정작 이 장인이 상영 반대를 주도했던 자민당 의원의 전화를 받고 자신의 출연장면 삭제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스쿠니 신사측도 경내 촬영 허가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관련 장면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리잉 감독은 10일 영화 상영을 지원하는 언론ㆍ문화인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화 출연에 동의했던 주인공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상영 중지 및 정치적 압력에 항의한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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