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드르 헨슈 지음ㆍ김영옥 옮김/콜로세움 발행ㆍ368쪽ㆍ2만원
노벨상 받은 독일 물리학자 현실화될 첨단과학 제품 소개
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은 우리의 자부심을 드높인 쾌거만은 아니다. 막연하게 느껴졌던 첨단 과학의 세계가 바짝 코앞으로 다가왔다. 미래가 현실과 접합하는 순간이었다.
2005년 노벨 물리학상을 탄 독일의 테오드르 헨슈 박사는 시쳇말로 하자면 ‘기업 프렌들리’ 과학자이다. 2001년부터 응용 과학 연구를 위한 멘로 시스템을 설립, 자신과 동료들의 연구 결과를 천문과학은 물론 실생활에 응용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그가 건강, 영양, 환경, 에너지, 컴퓨터, 안전, 건축, 교통 등 모두 8개 분야에서 가려낸 100가지 첨단 상품을 정교한 그림과 함께 소개하는 이 책은 매우 실증적이며 실용적인 미래서이다.
국민의 가슴을 시커멓게 태운 태안 반도 원유 유출 사건도 깨끗이 해결될 날이 멀지 않다. 석유를 먹고 사는 박테리아인 알카니보락스 보르쿠멘시스가 강력한 산화 효소로 석유를 분해, 아무리 끈끈한 기름띠라도 용해해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충치로 골치 썩힐 일도 없어진다. 충치균의 천적인 락토바킬루스 안티카리에스가 끈질긴 충치균의 분자 속으로 파고 들어가, 칫솟질에 닦여 나가는 덩어리로 변질시켜 준다.
아스팔트에는 녹색 식물과 토양 생물이 자라며, 유해 물질을 분해하는 곤충도 산다. 태양보다 10배 높은 섭씨 1억5,000만도의 열에너지가 핵융합 발전소에서 만들어져, 2050년께는 여러 발전소와 연계된 네트워크의 형식으로 변형돼 생활을 풍성하게 한다. 값싼 에탄올로 만들어진 전지는 저렴하고 안정된 전기를 보장한다.
박막 트랜지스터 덕에 나온 작고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안경에 장착하면 외과 의사는 수술을 하면서 각종 정보를 자신의 안경으로 볼 수 있다. 기밀을 요하는 정상 회담을 통역사 없이 너끈하게 치러내게 하는 ‘세계 언어 동시 통역기’는 현실화 돼 있다. ‘포인트 스크린’ 기능이 설치된 컴퓨터에는 키보드도, 마우스도 필요 없다. 단, 손 동작 연습은 필수.
책은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객관적인 선정을 위하여 자연 과학, 인문, 경제 등 17개 분야를 대표하는 독일의 중견 학자로 이뤄진 심사 위원단을 거친 결과다. 저자가 밝혔듯 “독일에서 나온, 독일에 있는 아이디어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모두가 미래에 그들만의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동시에 미국이라는 자원 부국만을 경제 성장의 모델로 삼아 온 한국에게 그 간의 접근 방식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한다. 즉 새로운 기술력,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과학 기술 등 독일적 패러다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계기도 제공한다. 과학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의 정확한 그림 덕에 책의 내용이 손에 잡힐 듯하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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