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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미국, 핵신고 담판 결과 입장 왜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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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미국, 핵신고 담판 결과 입장 왜 다른가

입력
2008.04.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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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풀기 위한 북미 수석대표의 싱가포르 회동 후 협의결과에 대한 북미 양측의 자세가 달라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싱가포르 회동 직후인 9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시간 뒤 북측 외무성은 “미국의 정치적 보상조치와 핵 신고 문제에서 견해일치가 이룩됐다”고 상반된 입장을 발표했다. 미측은 핵 신고 합의 여부에 대해 유보적 자세를 취한 반면, 북측은 아예 합의로 공식화한 것이다. 더욱이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북측을 압박하던 힐 차관보는 이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까지 했다. 북측은 싱가포르 회동 협의 내용이 유리하다고 보면서 정부 승인과 함께 쐐기를 박은 것이고, 힐 차관보는 본국 승인을 얻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북측을 압박하던 미측은 왜 돌연 미적거리는 것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관측이 제기된다. 우선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측 수뇌부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개발, 시리아 핵 이전 등 두 의혹에 대한 북측의 인정 수준과 검증을 포함한 향후 처리 절차를 담은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선례도 있다. 핵 신고ㆍ불능화 이행을 골자로 한 지난해 10ㆍ3합의 당시 6자 당사국은 9월 30일 합의문을 작성했지만 미 행정부의 승인 결정은 사흘 뒤 내려졌다. 이 과정에 미 정부는 핵무기 등 핵 신고 대상에 대한 잠정 합의문상의 표현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6자 당사국 간 물밑 협의를 통해 ‘모든 핵 프로그램’을 핵 신고 대상으로 하도록 표현을 조정했다. 싱가포르 잠정 합의를 바라보는 심각성의 차이에 따라 추가 협의로 인해 핵 신고 시기가 상당히 지연되거나 아예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시리아 핵 이전은 미측이 민감하게 여기는 이스라엘 문제가 결부돼 있다.

이와 맞물려 미 정부가 의회를 설득하는 문제도 걸려 있다. 북측의 핵 신고에 대해 미측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을 면제하는 상응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 정부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위해 의회에 사유를 담은 보고서를 내야 하지만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사실상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 행정부와 의회의 협의 과정에서 잠정 합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미 정부는 재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이 완전히 미측으로 넘어간 형국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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