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반중(反中) 티베트 시위가 거세지면서 영국 미국 등 주요국 정상들이 잇따라 개막식 참석 입장을 번복하거나 유보하고 있다. 반중 여론 고조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중국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감안해 일찌감치 개막식 참석을 약속했던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10일 돌연 입장을 바꿨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총리가 올림픽에 두 번 참석할 필요가 없어 개막식에는 불참한다”고 말했다. 폐막식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굳이 개막식에 참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브라운 총리가 6일 런던에 온 성화를 총리 집무실 앞에서 맞이한 뒤 티베트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여론의 거센 반발을 산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개막식 참석을 호언장담했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입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됐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8월 일정을 지금 말하기는 지극히 이르다”며 개막식 불참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했다. 이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등의 거센 불참 요구 등으로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리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티베트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종전처럼 참석을 공언하기는 힘들 것 같다.
독일, 프랑스 등의 정상들이 불참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50여개 영연방 국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사 영국과 패권국 미국의 태도 변화는 각국 정상들의 베이징 행에 적지않은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의 발언도 미묘해지고 있다. 후쿠다 총리는 9일 “티베트 문제에서 가장 책임이 있는 곳은 중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보이콧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었지만 중국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9일 베이징대 특별강연에서 친구의 잘못을 가감 없이 지적해주는 뜻의 쟁우(諍友)라는 용어를 사용해가면서 “티베트 인권문제가 존재한다”며 티베트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서방 정상 중 유일하게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러드 총리의 충고가 어느 정도 먹힐지에 따라 올림픽 개막식의 모양새가 결정될 듯하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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