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실시된 총선에 대한 방송사들의 선거결과 예측조사가 또 빗나갔다. 1996년 15대 총선부터 4번 내리 실제 결과와는 딴판인 조사내용을 방송한 것이다.
학계와 여론조사기관 등은 이번 선거결과 예측조사가 어느 정도 ‘예정된 오보’였다고 여기고 있다. 복잡다단한 총선의 여러 변수를 모두 반영하기엔 조사가 미흡했고, 예측조사의 성격상 어느 정도 편차가 불가피한데도 방송사 스스로 신뢰성을 부여하는 만용을 부렸다는 평가가 많다.
여론조사기관들은 총선 예측조사가 대선보다 몇 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유력 후보 2,3명으로 압축되는 전국 규모의 대선은 예측과정의 변수가 극히 적은 반면 총선은 후보 난립이나 소지역주의 등 지역구별로 각양각색의 변수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대선과 달리 유권자들이 속내를 터 놓길 꺼린다는 점도 예측조사의 큰 애로로 꼽힌다. A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유권자들은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친박연대나 주요 정당을 탈당한 무소속 후보에 대해선 내놓고 지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지역정서 등을 감안, 응답한 후보와는 다른 후보에게 투표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의를 따질 땐 개혁공천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지역 입장선 인물 위주 투표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권자가 대의와 현실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면 조사에 대한 응답과 실제 투표 행위는 따로따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론조사기관의 설명이다.
총선 예측조사는 양질의 표본을 뽑아내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다. 대선의 경우 유권자 3,700만명 가량의 모집단서 표본 추출이 가능하지만 지역구 위주의 총선은 사정이 다르다. B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100여표 차이로 당락이 오가는 지역구의 선거결과를 여론조사로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기관도 두 손 들 수 밖에 없는 변수가 많다면 방송사가 보도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방송사들은 오차범위 내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지역구의 조사결과도 각 당의 예상 의석수에 포함시키는 무리수를 뒀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현재와 같은 총선 예측조사 보도는 도박과 다름 없다”며 “방송사가 일기예보처럼 예상 의석 수별 확률을 제시하는 등 솔직한 보도를 해야 오히려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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