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과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지난 6일 전주 실내체육관. KCC 운영팀의 한 직원이 골대 위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두 손에 공구를 들고 한참 동안 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경기에 필수적인 24초 계시기가 작동을 멈춘 때문이었다. 전주체육관의 골대는 올해로 6년째 사용 중인 중고품. 이날 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수시로 말썽을 일으켜 직원들의 골머리를 썩게 했던 주범이었다. KCC 관계자는 “기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체육관이 너무 오래돼 전기 배선 자체가 불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생은 구단 직원만의 몫이 아니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전주 팬들은 극도로 좁은 좌석으로 인해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경기장을 찾은 한 팬은 “일단 자리를 잡고 앉으면 경기 도중에 화장실이나 매점에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도 통로와 입석까지 5,500여명의 관중이 가득 들어찼지만 KCC 구단 측은 안전 문제로 관중 입장을 도중에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다. KCC 김태근 사무국장은 “시설이 워낙 오래돼 무조건 티켓을 팔 수도 없다. 관중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라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전주체육관은 완공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시설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낙후된 환경이다. 매 경기 대관료를 받고 KCC에 체육관을 임대해주고 있는 전주시 체육지원과가 경기장 시설관리와 보수를 주관한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전주시가 내세우는 경기장 시설 보수 약속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오는 6월부터 전주실내체육관 관리 책임이 시설관리공단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전주시는 차일피일 보수를 미루고 있다.
이날 송하진 전주시장은 VIP석을 고사하고 팬들과 어울려 일반석에 자리를 했다. 다리를 제대로 펼 수도 없는 불편한 시설을 직접 확인했을 것이다. 그리고 KCC 구단 측에 경기장 시설 개선에 대한 약속을 다시 한번 했다고 한다. 농구열기만은 전국 최고라고 자부하는 전주 팬들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작은 노력이 필요할 때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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