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9 총선 결과는 이명박 대통령이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의 협력을 구해야 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한나라당이 당초 예상과 달리 150석을 겨우 넘기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통합민주당은 분전 끝에 80석 이상을 얻어 견제 야당으로서 체면치레를 했다. 총선 뒤 예상됐던 극심한 당내 혼란도 일단 막을 수 있게 됐다.
여당이 과반은 했지만 안정과반 확보는 실패함으로써 이 대통령이 정국 운영의 확실한 주도권을 쥐기는 어렵게 됐다. 형식적 '여대야소'는 만들었지만 이 대통령으로선 실질적 '여대야소'는 아닌 셈이다.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해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을 추진하려면 무소속 의원들을 영입하는 등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입법을 통한 국회의 확실한 뒷받침을 받으려면 안정과반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구도에선 박 전 대표의 협조가 중요해 보인다.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한나라당이 일정부분 이명박 대통령의 친정제제화가 됐다고는 하나 박 전 대표 세력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청와대가 친박 무소속 당선자 또는 친박연대, 당내 친박 세력 등과 손을 잡지 않고는 원활한 정국 운영이 어려워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오 이방호 의원 등 이 대통령 핵심 측근이 낙선한 것도 이 대통령으로선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야당이 극력 반대하고 박 전 대표가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접어야 할 수도 있다.
당장 친박 당선자들의 한나라당 복당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들이 복당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가 캐스팅 보트를 쥐고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래 저래 박 전 대표의 주가는 높아지고 이 대통령은 당내 견제를 신경 써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적극 협조한다면 여권은 안정구조를 유지할 수도 있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한나라당에선 일부 선거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안정과반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부진한 성적으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7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투쟁이 복잡하게 전개될 수 있다. 특히 친이 세력과 친박 세력이 당권을 놓고 본격 권력투쟁을 벌인다면 여권이 극심한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여기에 친이 내부의 알력 다툼도 예상된다.
민주당은 부족하나마 여권의 독주를 견제할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때문에 민주당은 극심한 혼란과 원심력은 차단하면서 야당으로서 당세를 정비할 기회는 잡은 셈이다.
서울 종로에서 패배한 손학규 대표도 일단 당내 영향력을 유지할 명분은 가질 수 있게 됐다.
정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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