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갔다. 3만원이냐 5만원이냐를 고민했고, 결혼하는 친구 덕분에 만난, 다른 친구들과 간만의 인사를 나누느라 바빴다. 주례사를 듣고 있노라니, 내가 결혼하던 날이 떠올랐다. 처음 해보는 결혼이라, 하루가 도무지 정신이 없었고, 결혼식 그 짧은 시간 동안 땀을 서 말은 흘렸다. 주례사 마이크가 꺼지는 사고 속에 식을 치렀으며, 어찌나 덥던지. 식후에도 동갑내기 친구들은 그럭저럭 챙겼는데, 선후배들을 못 챙기는 실수를 저질렀다.
물론 그날 내내 아내의 마음도 못 챙겨서 신혼여행 내 바가지를 긁혔다. 그래서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해야 할 그 날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날이었던 것도 같다. 결혼식 날은 그렇다 치고, 여인(지금의 아내)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별 짓을 다하고 다녔던 것, 상견례 혼수준비 신혼여행 다녀와서의 인사치레 등의 전 과정까지 되새기니, 정말이지 다시는 안하고 싶은 게 결혼이다. 그런데 남들 결혼식 하는 걸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결혼이 힘들어서 그렇지, 아내랑 더불어 사는 것은 너무 좋으니까. 친구여, 결혼만 견디게. 이후로는 그럭저럭 살만 하다네. 오늘 공식 부부가 되어 한 가정을 꾸린 친구와 그의 동반자를 위해 힘껏 손뼉을 쳤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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