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섬 주민 900여명 강풍으로 뱃길 막혀 투표 못해
9일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섬 지역 주민들이 기상악화로 투표소에 가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이날 전남 남서해안 일대에 강풍주의보가 발효돼 선박운행이 금지되면서 전남 무안ㆍ신안과 해남ㆍ완도ㆍ진도, 여수을 등 3개 선거구 관할 섬 지역 유권자 800여명이 투표를 하러 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새벽까지 박빙승부를 벌인 무안ㆍ신안에서는 재투표가 실시될 가능성도 있다.
전남도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은 전남 지역 섬 94곳에 사는 선거인 가운데 부재자를 뺀 3,825명 중 885명(24.6%)이 이날 악천후 때문에 투표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무안ㆍ신안의 경우 85명이 투표를 하지 못해 1, 2위 표 차이가 그 이하일 경우 재투표가 이뤄지게 된다. 당초 무안ㆍ신안의 경우 선관위는 143명이 투표에 참가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마감시간 10분을 남겨놓고 흑산 상태도 주민 58명 가운데 18명이 개인 어선을 타고 와 투표를 마치면서 40표가 무효처리 됐다.
하지만 해남ㆍ완도ㆍ진도에서 724명, 여수을에서 76명이 투표를 하지 못했으나 2위와의 표차이가 커서 재투표 대상은 아니다.
한편 최근 통합민주당 민화식 후보 측의 금품살포 의혹이 불거진 해남ㆍ완도ㆍ진도 선거구의 경우 민 후보의 지지 기반인 해남군에서는 투표가 정상적으로 치러졌지만 무소속 김영록 후보의 지지 기반인 완도군은 물론, 진도군에서도 투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전남도 선관위는 당초 섬 지역 투표소가 있는 8개 시군에 사는 7만8,019명(부재자 제외) 중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은 섬에 사는 3,825명이 투표를 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으나 상당수 주민들이 아침 일찍 투푯길에 나서 가까스로 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 흑산면 상태 섬 조상남 이장은 "여기 주민들은 선거때마다 한 배를 타고 가야 하는데 기상악화에 대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강풍으로 선박 운항이 통제돼 투표를 하지 못한 곳에서는 당선자와 차점자 간 표차가 투표를 하지 못한 사람보다 적을 경우 재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목포=박경우 기자
■ 70대 노부부 "누굴 찍어?" 외쳤다가 경고받아AI 정읍·김제선 투표소 입구에 발판 소독기도
선거가 실시된 9일 투표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많은 지역에서 강풍과 함께 비까지 내려 투표소 분위기는 썰렁했다. 일부 해안도서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악천후로 투표를 하러 가지 못하고, 일부 투표함이 늦게 도착하면서 개표에 차질을 빚었다. 또 수도권 지역에서는 100~500표 차이로 엎치락 뒤치락하며 피말리는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무소속 김홍업 후보와 민주당 황호순 후보와 무소속 이윤석 후보가 3파전을 벌인 'DJ의 고향' 전남 무안ㆍ신안 선거구에서는 새벽까지 초접전이 벌어졌다. 개표 초반 이곳에서는 전남도의회 의장을 지낸 이 후보가 앞서갔으나 시간이 갈수록 김 후보가 따라잡으며 새벽 1시께는 700표 가까이 좁혔다.
서울 구로갑에서는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열세로 나타났던 한나라당 이범래 후보가 개표과정 내내 500여표 이내의 차이로 민주당 이인영 후보와 1위 다툼을 벌이다 막판에 승리를 거뒀다. 개표 마감 결과, 두 후보의 차이는 800여표에 불과했다.
성남 수정에서도 혼전 끝에 한나라당 신영수 후보가 민주당 김태년 후보를 물리쳤다. 신 후보는 출구 조사에서 김 후보에게 밀렸으나, 오후 10시 이후 대반격에 성공해 110여표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앞서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 조짐을 보이는 전북 정읍ㆍ김제 지역의 축산농민들은 방역 비상 속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방역당국은 AI 발생지역 뿐 아니라 인근 지역 투표소마다 입구에 발판 소독기를 설치, 모든 사람들이 신발을 소독한 뒤 투표하도록 했다.
기름유출 사고로 고통을 겪고 있는 충남 태안군 주민들도 방제작업을 멈추고 투표소를 찾았다. 소원면 소원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강태창(47)씨는 "정당에 개의치 않고 기름피해 대책에 가장 관심을 보인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색투표소도 눈길을 끌었다. 경남 창녕군 창녕읍 명덕초등학교 투표소에서는 비사벌관악단 회원들이 연주회를 열었다. 간단한 간식과 차를 준비한 투표소도 많았다. 인천 남동구 동방초등학교 투표소에서는 올해 2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후 첫 투표에 참가한 사할린 동포 4명에게 직원들이 축하 꽃다발을 선사했다.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훼손, 동명이인 착오 등의 소란도 벌어졌다. 광주 서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술 취한 주민이 지지후보 이름을 외치다 직원이 제지하자 행패를 부려 경찰에 연행됐다. 대전의 김모(51)씨는 "누군가 내 이름으로 부정투표를 했다"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조사 결과 선거사무원의 실수로 동명이인이 김씨의 서명란에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전성우기자
■ 대기업 회장들 해외출장없이 대부분 한표 행사
대기업 총수와 가족들이 모처럼 투표소를 찾았다. 보통 선거 때면 후보들의 지원 요청을 피해 해외 출장을 떠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이번 총선은 확연히 달랐다.
본보가 9일 주요 대기업 회장들의 거주지 투표소를 확인한 결과, 상당수 총수들이 투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먼저 투표소에 나타난 인물은 GS홀딩스 허창수(60) 회장이었다. 허 회장은 오전 6시 10분께 가벼운 캐주얼 차림으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제1투표소에 혼자 도착해 투표를 끝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63) 회장은 오전 7시 20분께, 효성그룹 조석래(73) 회장도 비슷한 시간에 수행원 없이 투표에 임했다. 한진그룹 조양호(59) 회장은 부인 이명희(56)씨와 함께 투표했다.
4대 그룹 총수 중에서는 SK그룹 최태원(48) 회장이 유일하게 '한 표'를 행사했다. 최 회장은 오전 10시15분께 운동복 차림에 야구모자를 쓴 편한 차림으로 논현1동 개표소에서 투표한 뒤 중국출장을 떠났다.
삼성그룹 이건희(66) 회장과 이재용(40) 전무는 투표를 하지 않았다. 대신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63)씨와 둘째 딸 서현(35)씨는 오후 2시 20분께 용산구 이태원 1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했다.
강지원 기자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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