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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병 치료제 개발 50년] (2) '도파민 항진증'으로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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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병 치료제 개발 50년] (2) '도파민 항진증'으로 불러주세요

입력
2008.04.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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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정신 나갔다" "귀신 들렸다". 환청이 들리고 망상이 보인다는 이유로 일반인들은 정신분열병 환자에게 이런 오명을 씌운다. 정신분열병이라는 이름부터가 편견을 갖게 한다.

하지만 정신분열병은 정신질환 중 가장 온순하고, 치료율도 높다. 그래서 대한정신분열병학회와 환우가족모임 '아름다운 동행' 등의 단체는 정신분열병이란 병명을 고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정신과학회도 '정신건강의 날'(4월 4일)을 맞아 기념식과 학술행사 개최에 그치던 이전과 달리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행사를 가졌다.

없애야 할 일본식 용어 '정신분열병'

정신분열병이라는 용어는 일본에서 만든 것이다. 영어 표현인 'Schizophrenia'가 정신(Schizo)과 분열(Phrenia)을 뜻하는 두 단어의 조합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과 전문의들은 "정신이 분열됐다기보다 사고 통합이 되지 않는 상태"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너무 많이 분비돼 나타나는 현상이지, 귀신이 들리거나 미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분열병이란 용어를 만든 일본에서조차 2005년 병명을 '통합실조증'으로 바꾸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합실조증을 포함해 '도파민항진증' '브로일러병' 등이 개명할 이름으로 거론되고 있다. 브로일러병은 노인성 치매를 알츠하이머병, 나병을 한센병으로 부르듯이 정신분열병을 학계에 최초로 보고한 의사 브로일러의 이름을 딴 것이다.

도파민항진증은 정신분열병 환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도파민 과다 분비이므로 갑상선기능항진증처럼 병 특성을 이름에 붙인 것이다.

그러나 통합실조증이란 명칭은 병을 이해하기 어렵고, 브로일러병은 브로일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최초로 이 병을 보고했다는 견해도 있기 때문에 도파민항진증이 새로운 병명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신분열병 치료법도 도파민 분비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할돌'이 최초의 정신분열병 치료제로 명명된 것도 도파민을 조절하는 약이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는 '사이코'가 아니다

정신질환자를 흔히 '사이코'라고 비하하는데, 이 단어의 어원은 '사이코패스(Psychopath)'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의 정확한 표현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정신질환과는 차이가 크다.

물론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정신과 문제로 보기도 하지만 정신분열병, 망상, 양극성 장애, 우울증 등 대다수 정신질환과는 엄연히 다르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의 범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치밀하게 계획돼 잔인하게 저질러진다. 자신의 범죄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를 원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반사회적 범죄다.

반면 정신질환자들은 오히려 온순해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범죄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우발적이며, 자신의 범죄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김용식 교수는 "정신분열병 환자는 대부분 조용하고 부끄럼을 많이 타며,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을 성찰하도록 교육받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훨씬 온순하다"고 말했다.

숭례문 방화, 연쇄살인 같은 사건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에서 비롯된 '범죄'이지, 철없는 정신질환자의 행동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사이코패스)와 정신질환자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분열병이나 우울증에 의한 범죄는 치료하면 예방할 수 있지만,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에서 범죄자로 다루는 것이 옳다는 얘기다.

정상인과 똑같이 생활하도록 해야

20세기 초반 산업화를 거치면서 정신질환이 급격히 늘어났다. 당시에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더해지면서 이들을 정신병원에 수용해 관리했다.

그러나 1960년대 영국ㆍ미국 등에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이 일반인의 1/4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인식은 바뀌었다. 정신질환자를 격리 치료할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면서 병원 외래치료를 받도록 하는 제도가 정착됐다.

약물 발달과 함께 이런 노력은 상당한 성과를 거둬 인구 1,000명당 2~4병상이던 정신병원 병상은 현재 1~2병상으로 50%나 줄었다. 김용식 교수는 "사회적 약자인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사회분위기가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고 말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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