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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의 기강 '몸'보다 '시스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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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의 기강 '몸'보다 '시스템'으로

입력
2008.04.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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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의 한 간부는 7일 “자다가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했다. 안양 초등생 납치 살해 사건, 경기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 부실ㆍ늑장 수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마자 일선 경찰관들의 근무 기강이 무너진 일들이 봇물 터지듯 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전경은 술에 취해 마을버스 운전기사를 흉기로 위협해 방송국으로 돌진했고, 한 경찰관은 총선 후보의 범죄경력 조회서를 만들면서 전과 4건을 빠뜨렸다.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현행범을 붙잡아 경찰서까지 연행했다 놓친 사실을 숨겼다가 들통났다.

지난 주말 어청수 경찰청장은 서울의 한 지구대와 경기 의정부경찰서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잇딴 대형 사고 이후 일선 근무 기강이 제대로 잡혔는지 살피기 위해서였다. 당시 어 청장은 관내 지구대장들과 경기 북부 관내 10개 경찰서장들을 비상 소집했다. 어 청장은 “지각 하나 없었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한 서장은 막힌 도로를 뚫고 1시간 20분 만에 도착했다.

그러나 경찰 안팎의 난맥상은 ‘집합시간’ 체크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수사ㆍ보고ㆍ근무 평가 등 모든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12년 경력의 한 형사는 “온갖 특별단속에다 실종수사 전담반 편성, 부녀자ㆍ아동 대상 사건 즉시 출동까지 거의 초주검 상태”라며 “시스템도 안 바꾸고, 무조건 몸으로 때우라는 것 아니냐”며 답답해 했다.

외풍을 타는 인사문제도 조직 누수 현상을 초래하긴 마찬가지다. 한 달 넘게 경찰청 특수수사과 팀장 자리를 공석으로 뒀다가 뒤늦게 허둥지둥 발령낸 게 대표적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상부 기관에서 근무하는 경찰 출신 인사의 개입설이 파다한 상황이다.

어 청장은 그동안 수차례 “확실한 대책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경찰에 대한 기대를 접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경찰엔 당장의 소나기를 피하려 하기 보다는 총체적 쇄신을 이루려는 자기 희생의 정신이 필요한 때다.

박상준 사회부 기자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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