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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씨 "정체성 밝히는 일… 힘들지만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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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씨 "정체성 밝히는 일… 힘들지만 행복"

입력
2008.04.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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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동성애자임을 밝히는 행위)을 하라고 부추기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지 말지는 온전히 본인의 선택에 달린 일이니까요.”

남성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을 돕는 케이블채널 tvN <커밍아웃> (14일 첫방송)의 진행을 맡은 방송인 홍석천(37)은 7일 서울 용산CGV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2000년 성 정체성을 대중에 밝힌 후 보낸 시간은 굉장히 행복했다”며 성적 소수자로 살아온 근황을 전했다.

실제 동성애자가 출연해 대중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홍석천은 ‘커밍아웃 선배’로 조언자 역을 맡는다. “그동안 오히려 커밍아웃 하려는 친구들을 말릴 정도였습니다. 커밍아웃으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힘들어지는지를 경험해봤기 때문이죠. 하지만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시간은 짧았습니다. 커밍아웃으로 더 이상 거짓말을 하며 살지 않게 됐기 때문이죠.”

공중파 드라마에 캐스팅되고 레스토랑 운영자로도 성공한 그는 더 이상 커밍아웃의 그늘에 갇힌 모습이 아니다. “처음에는 동성애자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한다기에 출연을 고사했어요. 드라마에서 이성애자로 연기하는데, 좀 힘들겠더군요.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내가 동성애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맡지 않는 게 오히려 웃겼어요. 빠지면 안되겠다 생각했죠.”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보인 그였지만 커밍아웃하는 출연자가 등장하는 화면을 보자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동성애자라고 문란한 성생활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안전한 성생활을 하고 혈액검사도 누구보다 자주 합니다. 해외여행가서 불건전한 행위를 하는 이성애자들은 왜 욕하지 않습니까”라며 항변했다.

그는 TV를 통해 동성애자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게 정체성이 자리잡지 않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주지 않느냐는 질문에 “10억을 준다고 억지로 동성애자가 될 수 없듯이, TV를 보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바꾸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며 “자라면서 항상 동성끼리 묶여있는 시간을 많이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동성애자를 비롯한 많은 사례를 보여주는 게 도리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고 했다.

“더 이상 커밍아웃을 할 필요가 없고, 제 이름 앞에 ‘커밍아웃으로 유명한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홍석천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동성애자’라 밝혀야 행복해지는 사회구조를 꼬집었다. 커밍아웃 이후 8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일반’이 되지 못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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