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3년 만에 열린 동창회 모임. 대부분 ‘사원’이나 빨라도 ‘대리’ 명함이 고작이지만, BAT코리아 오건석씨는‘차장’ 직함을 달고 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BAT코리아에 매니지먼트 트레이니(MT:Management Trainee)로 입사한 그는 2년 간 집중적인 실무 교육을 받고 관리자 급이 됐다.
최근 국내 일부 기업들이 ‘성과 중심의 승진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은 근속연수에 따른 승진제도가 일반적인 게 현실이다. 그러나 외국기업 중에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20대에 관리자가 되는 사례가 흔하다.
BAT코리아는 2002년부터 신입사원 대상으로 집중적인 실무경험을 통해 직무능력과 리더십을 함양하는 MT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MT로 입사하면 코치와 함께 2년간 자기개발 플랜을 작성, 현업에 대한 업무지식과 관리자로서의 역량교육을 받는다. 2년간 집중 교육과 실무과정을 통해 이뤄지는 지속적인 업무능력 평가를 통해 관리자급으로 승격하게 된다.
최근 BAT벨기에 지점에서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한 박지현(29) 과장은 “매뉴얼대로 할당된 일만 배우는 일반기업과는 달리, MT제도를 통해 처음부터 리더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열려있어 자기 개발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말했다. MT제도는 회사의 조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김혜련 인사팀 과장은 “MT제도 도입 후 임원과 사원의 연령대가 다양해져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졌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속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모토로라 코리아도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해 2년간 4개국에서 6개월씩 직무순환 근무를 하는 ‘비즈니스 리더개발 프로그램(BLDP)’을 시행 중이다. ING생명은 능력이나 업무 기여도에 따라 초고속 승진 기회를 주고 있고, 후지 제록스는 공정한 승진 평가 제도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HSBC는 지난해부터 신입사원이 임원으로 단번에 승격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6명의 지원자들이 15개월의 ‘매니지먼트 어소시에이트 프로그램(MAP)’을 통해 내년 이사 직급에 오를 예정이다.
열린 승진 제도를 강조하는 기업도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의 한국법인인 한국MSD는 ‘내가 나를 승진 대상자로 추천’하는 독특한 인재관리제도를 갖고 있다. ‘자기 주도 승진’ 제도는 스스로 진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는 사원이 자신을 직접 승진 희망자로 신청하는 제도. 회사 관계자는 “‘겸손이 미덕’인 한국 사회에선 이례적인 인사 제도이지만, 승진 절차와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돼 승진 근거만 뒷받침되면 누구도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학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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