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들이 ‘여초(女超)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여학생 입학률이 남학생을 압도하면서 입학 사정시 남학생을 우선 선발하는 남학생 우대정책까지 암암리에 실시할 정도다.
흑인 등 소수계 지원자에게 입학 혜택을 부여하는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남자 지원자에게 적용되는 셈이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14일자)는 최근 미 대학의 남녀 성비 불균형(gender gap)이 심각해지면서 남학생 우대정책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60년대까지 미국 대학에서는 남녀 비율은 60%대 40%으로, 남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 여성운동의 영향으로 여학생들의 대학 진학이 늘면서 남녀 비율은 50% 대 50%로 동등한 수준에 이르렀고, 90년대 중반 남학생들의 학력저하 현상으로 남녀 비율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현재 미 대학의 남녀 비율은 42% 대 58%까지 벌어졌고, 전문가들은 향후 몇 년 내에 40% 대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흑인 학생들의 경우, 남녀 성비는 33% 대 67%로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계에서는 여초 현상이 교육 방식의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토론이 일고 있다. 일부 대학은 학교 소개 책자에 일부러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파스텔 색깔을 사용하지 않거나 남학생들이 즐기는 엑스 박스(X box) 게임 대회를 개최하는 등 남학생들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오하이오주 케니언 칼리지의 제니퍼 델라헌티 입학허가 처장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내가 거절한 모든 여학생들에게’라는 글을 통해 “입학 사정회의를 주재하면서 남자 신입생을 뽑기 위해 이들보다 성적이 우수한 여학생들을 합격 대기자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회의 당시 자신의 딸 역시 합격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는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대학측은 여초 현상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신입생 가운데 여학생의 비율이 70%에 달하는 버지니아주 윌리엄 앤드 메리 칼리지 측은 “심지어 학교에 등록한 여학생들도 캠퍼스 내에서 남학생들을 볼 수 있길 바라고 있다”며 “이 곳은 매리 앤드 매리 칼리지가 아닌 윌리엄 앤드 매리 칼리지”라고 하소연했다.
지나치게 높은 여학생 비율로 남녀 고등학생들의 선호도가 급격히 낮아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매사추세츠주 클라크대의 제이슨 젤레스키 학생처장도 “여학생들이 성적도 뛰어나고, 동아리 활동과 자원봉사 활동에 더욱 적극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최근 학교 차원에서 소수자인 남학생들을 돕기 위한 ‘남성을 돕는 남성들’이란 지원 프로그램을 출범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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