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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못 믿을 경유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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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못 믿을 경유 값

입력
2008.04.0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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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유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과거 휘발유의 반값에 불과했던 경유 가격이 계속 상승해서 이제는 94% 고지를 넘어섰다. 새 정부의 유류세 인하조치에도 불구하고 경유차 운전자들은 경유 가격 불만에 폭발 직전이다.

정유회사는 가공되지 않은 기름인 원유를 수입하여 공장에서 끊여서 걸러내면 발화점이 다른 종류의 세분화된 제품인 가스도 나오고 휘발유도 나오고 경유도 나오는 것이기에 특별히 경유에 정제비용이 더 드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갑자기 경유 값이 솟구친다는 사실은 소비자를 어리둥절하게 할 뿐이다.

■ 연일 폭등에 경유차구입자 골탕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생산성 차량과 소비성 차량을 엄격히 구별했었다. 휘발유를 사용하는 가솔린 엔진은 주로 자가용 승용차에 쓰이고 경유를 연료로 하는 디젤엔진은 주로 화물차나 승합차에 사용돼 왔다. 상용 차량 연료인 경유에는 낮은 세금을 부과하고 자가용 차량 연료인 휘발유에는 특별 소비세를 중과해 상대적으로 생산성 차량에 대한 배려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미국이나 서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자가용 승용차에까지 경유엔진을 허용하여 휘발유 값과 경유 값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 구조의 역사적 배경이 전혀 다른 우리나라를 선진국과 경유 값만을 가지고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

최근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경유 값 폭등의 뿌리는 레저용 차량과 다목적용 차량에 경유를 허용한 데서부터 찾을 수 있다. 이 차량들이 평소 자가용 승용차로 사용되고 있기에 저렴한 경유를 영업용이 아닌 자가용에도 허용하게 되자 판매가 급증하게 되었다. 정부의 섣부른 허용 때문에 수송용 차량에 경유 사용이 증가하게 되었고 결국 휘발유 유류세 수입이 급감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세수 격감에 당황한 정부는 엉뚱한 발상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소위 ‘에너지 세제 개편’이다. 임의로 경유 값을 휘발유 값의 85% 수준으로 정해놓고 그때까지 경유 세금을 대폭 올린다는 취지였다. 저렴한 운영비를 기대하고 비싼 경유차를 구입한 운전자는 낭패를 본 것이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득을 본 측은 자동차 제조업체뿐이고 피해를 본 쪽은 경유차를 몰고 있는 운전자가 된 것이다.

올 들어 ‘휘발유 값의 85%’라는 경유 값 약속도 쉽게 무너져 버렸다. 사실 경유는 휘발유보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할 수 있다. 우선 경유 소비량이 휘발유의 2배를 훨씬 웃돌고 있고 물류, 대중교통, 자영업자 등 생산과 경제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가격 상승을 방치하다가는 일을 크게 그르칠 수 있다. 화물이든 여객이든 간에 운송가격은 정부가 약속한 경유 값에 비용의 근거를 두고 있기에 이대로는 물가인상을 억누를 방도가 없게 될 것이다.

사실 경유는 휘발유보다 계절적 요인에 의한 수요변화 폭이 크다. 난방유로 많이 쓰이다 보니 겨울철에 수요가 증가하여 가격이 오를 수가 있다. 아마도 최근 경유 값의 급등은 이와도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경유와 같은 ‘국가 기간상품’의 경우, 가격이 안정화되어야 생계형 경유차 운전자가 곤란을 겪는 일이 없어진다.

■ 세 인하하든지 대안 내놓든지

지금과 같은 높은 세금 아래서는 ‘세금 인하’만이 가격조절 기능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85%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경유세금을 인하해 주든지 ‘바우처’제도라도 도입하는 성의를 보여 주어야 한다. 못 믿을 경유 값에서 비롯된 불신이 새 정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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