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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싸이궈창의 '화약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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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싸이궈창의 '화약 드로잉'

입력
2008.04.0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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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현재 중국인 현대미술가 가운데 가장 이름값이 높은 사람은 누구냐?’라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돌아오는 답은 ‘싸이궈창(蔡國强)’이 될 것이다. 그는 쑤빙을 비롯한 다양한 경쟁자들--장샤오강, 웨민준, 아이웨이웨이, 왕두 등을 물리친 것처럼 뵌다.

그렇다면 왜 다른 작가가 아니라 싸이궈창이냐고 되물을 차례. 답은 간단하다. 현대미술의 규준에 걸맞은 작업을 하면서, ‘중국성’이라는 거대하고 역동적이며 추상적인 주제를 소화하는 데 성공한 작가가 싸이궈창이기 때문.

1957년 푸젠성의 취안저우(泉州)에서 태어난 싸이는, 화약을 이용한 작업으로 이름을 얻었다. 쉽게 말해, 그는 화약을 터뜨려 동양화를 그려낸다. 양상은 다양하다. 불꽃이 그림이 되고, 폭발한 화약이 한지에 남긴 궤적이 그림이 되며, 연기가 그림이 되고, 다양한 색상의 불꽃이 그림이 된다.

작가는 자가-제조한 화약을 이리저리 조합해 여러 특수 효과들을 개발했다. 공중에 버섯구름을 만들고, 불의 폭포를 만들며, 무지개의 모양으로 폭발하는 불꽃놀이를 연출하기도 한다. 몇 가지는 보지 않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아리땁다.

자, 화약과 종이는 중국인이 자랑스러워하는 발명품. 그런 매체를 적절히 활용해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폭발하는 거대 미술을 기획하고 결과로는 종종 추상화된 동양화를 제시하니, 당연 중국성에 연관되지 않을 수 없다. 제아무리 현대예술이 개인을 강조하고, 문명을 비판하고, 국가성과 민족주의를 거부해도, 현대예술계의 가장 크고 높은 자리는 늘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법.

평론가들이 높게 평가하는 작업은, 유사-과학 실험적이면서도 대지미술적인 양상을 띠는 ‘외계인을 위한 프로젝트’ 연작(1989-1993)과 장소 특정적 개념미술의 양상을 띠는 ‘버섯구름의 시대: 20세기를 위한 프로젝트’(1996)다.

전자는, 마치 외계인에게 신호라도 보내듯, 특별한 의미가 있는 열린 대지를 골라 화약을 특정 패턴으로 배치하고, 불을 붙인 뒤, 그 폭발의 여파를 각종 기기로 측정하고 기록하는 작업이다. 후자는, 핵실험에 연관된 장소를 찾아가, 특수 제작된 화약통을 직접 손에 쥐고 폭발시키고, 피어나는 버섯구름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싸이궈창: 나는 믿고 싶다> 에 대한 평가가 그리 곱지 않다. 화약 관련 작업 외의 설치 미술이 수준 이하라는 평도 있고, 작가가 시시때때로 작업에 관한 설명을 바꾼다며 ‘기회주의의 전형’이라고 힐난하는 비평가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큰 기회에서 오는 법. 작가는 베이징올림픽의 개막식에서 초대형 ‘화약 드로잉’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에게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동시에 ‘인권 문제를 도외시 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태세다. 과연 예술가의 바른 선택은 무엇일까?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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