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포인터 지음ㆍ박범수 옮김/알마 발행ㆍ612쪽ㆍ2만2,000원
“개그맨들은 조롱을 퍼부었을지 모르나, 바이오스피어2에 들어간 8명의 남녀는 자신들이 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켰다. 이들은 세계 최대의 테라리움 안에 들어가 닫힌 채 2년을 보냈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생태학 연구에 귀중한 기여를 했다.”(548쪽)
최초의 한국인 우주인 탄생을 앞두고, 우주 여행에 관한 갖가지 책이 쏟아지고 있다. 우주 여행에 대한 나열적 지식이나 호사가적 접근 등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인간이 화성에서 살 수 있는가를 보기 위해 실시한 2년간의 실험을 당시 참가자의 입으로 전하는 이 책은 우주 생활을 가장 사실적으로 피부에 와 닿게 바싹 끌어 당긴다.
실험이 시작되던 1991년, 30세의 유복한 가정 출신인 저자 제인 포인터는 런던 거리를 거닐다 순전히 호기심으로 한 갤러리 안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에 첨단 기술과 환경 생태를 탐구하는 연구소가 있었다. 자급자족으로 유지되는 우주 온실이라는 상상에 가까운 아이디어를 구현하겠다는 꿈에 미쳐있던 젊은 과학도들을 주축으로 하는 연구소였다.
꿈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애리조나주 투손에 바이오스페이스2가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책은 엄격하게 선발된 남자 넷, 여자 넷이 벌인 사상 첫 밀폐 실험, 완전한 자급자족의 기록이다. 보통 세상과 차단된 공간에서 인간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전대미문의 실험이었다.
집약 농업 지역, 인간 거주 구역과 대양ㆍ사막ㆍ열대우림ㆍ사막ㆍ사바나 등 다섯개의 야생 생물군계로 격리된 1,275 헥타르의 가상공간에서 8명의 대원은 벼, 밀, 상추, 토마토, 오이, 당근, 고구마 등 150여종의 농작물과 돼지ㆍ닭ㆍ염소 등 4,000여종의 생물과 살았다. 철저한 자급자족을 한, 현대판 노아의 방주였던 셈이다. 식량, 물은 물론 공기까지도 들이거나 갖고 나올 수 없다는, 철저한 불수불입(不輸不入)의 세계였다.
책은 예기치 못한 갈등으로 채워져 있다. 산소량이 떨어지고, 철저히 밀폐된 공간에서 격리된 대원들은 예기치 못한 갈등에 시달렸고, 바이오스페이스2의 경영진과 극심한 대립을 겪게 된다. 인간의 실존 실험을 방불케도 하는 이 연구는 참가자들에게 예상하지 못한 육체적ㆍ심리적 결과를 야기했지만, 이후 생태학ㆍ생화학ㆍ지구화학 등 지구를 포괄하는 학문에 두루두루 믿을만한 데이터로 기능하고 있다.
지은이는 현재 실험이 행해졌던 애리조나에 살며 우주 여행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자세한 활동 내역은 그의 도메인(www.janepoynter.com)에 공개돼 높은 조회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바이오스페이스1은 지구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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