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젠슨 지음ㆍ황건 옮김/당대 발행ㆍ전 2권(534쪽 2만원ㆍ478쪽 1만9,000원)
“테쿰세에게 바친다.”
도입부의 이 헌사는 책의 입지점을 확실히 밝힌다. 백인의 무참한 토벌에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18세기 북미 대륙의 전설적 인디언 추장 테쿰세를 왜 기리는 것일까? 문명의 이름으로 저질러온 착취와 폭력의 역사를 들추고, 인류는 왜 거기에 저항해야 하는지를 밝히는 장문의 선언문이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이다.
엔드 게임(end game). 체스의 진행중 승부를 가르는 마지막 국면을 뜻한다. 지금, 지구의 문명이 바로 그처럼 파국을 향해 치닫는 마지막 이판사판의 현장들로 치환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9ㆍ11 테러가 도입부에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에는 ‘문명이 세계를 웃으며 죽이는 방법들’이 줄지어 있다.
20만 에이커의 우림지대 파괴, 유독성 화학 물질 1,300만톤 배출, 4만5,000명(3만8,00명은 어린이) 아사, 100여종의 동식물 멸종…. 문명의 이름으로 단 하루만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 엄청난 행위를 웃으면서 해치우는 것이 문명이다. “세계의 물질들은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탓이다.
책의 공격 대상은 뚜렷하다. 소유권과 착취에 기초를 두고, 전지구적으로 확산된 파괴적 경쟁 체제가 그것이다. 이 같은 현실 인식 아래, 책은 독자들에게 문제를 낸다. “두 사람이 숲길을 걸어간다. 한 사람은 숲이 아름답다고, 다른 사람은 숲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고 생각한다. 둘 중 누가 권력자가 돼 공동체에 영향을 줄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클까?”
문제는 일상에서의 폭력이다. 저자는 국가, 기업, 학대자 등이 가하는 압제에 대한 비폭력주의적 대응을 불신한다. 책이 제시하는 것은 보다 적극적인 반폭력(counter-violence)주의다. 또 반문명적이다. 폭력적 속성을 버리지 못하는 한 문명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곳곳에서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현재 문명은 성장한계점에 달했다.
책 전체를 떠받치는 대전제는 “문명의 종점은 조립라인식 대량 살육”(2권 398쪽)이라는 인식이다. 책을 옮긴 황건씨는 “21세기 미국의 반체제적 환경 운동의 산물이며, 나아가 미국의 급진적 좌파 운동의 현실 인식과 사고 구조, 문제 의식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저작”이라며 “과격한 무정부주의적 인식과 서술 방식은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술회했다.
나치에 저항한 신학자 본회퍼가 남긴 말을 인용, 저자는 독자들에게 할말을 대신한다. “행동은 생각이 아니라 책임지고자 하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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