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에 알칼리수 논쟁이 뜨겁다. 제조업체인 두산주류가 2006년 ‘처음처럼’ 출시 당시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전기 분해 알칼리수가 인위적으로 전기 분해를 한 만큼 먹는 물에도 적합하지 않고, 몸에 해로울 수 있는데도 관계 당국이 이를 간과한 채 출시 허가를 냈다는 주장과 이에대한 반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
친환경판매업체 차푸코사 김문재 대표(61)는 “전기 분해 알칼리수가 먹는 물에 해당하지 않는데도,두산주류와 관계 당국이 정당한 검증 절차 없이 소주를 출시했다”며 두산주류를 불법 면허 취득 및 허위 사실 불법 표기로 지난달 24일 공정거래위에 신고했다. 하지만 두산주류도 26일 김씨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논쟁의 핵심은 전기분해
김씨가 문제를 제기한 2005년에는 규정상 식품 제조 등에 쓰이는 물은 ‘먹는 물 관리법’상 먹는 물에 해당해야 하고 수질기준에도 맞아야 했다. 먹는 물 관리법에서 정한 먹는 물은 자연 상태의 물과 먹는 샘물, 해양심층수 등으로 인위적으로 조작한 물은 해당되지 않았던 것.
수질도 52가지 기준에 적합해야 했다. 이를 근거로 김씨는 전기분해 알칼리수는 자연상태의 물이 아닌 만큼 ‘먹는 물’에 해당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법적으로 ‘먹는 물’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채 단순히 수질기준만을 맞춰 제품을 출시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환경부는 전기분해한 물은 ‘먹는물 관리법’상 자연상태의 물과 먹는 샘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려 김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었다. 김씨는 “전기분해 알칼리수는 일본에서도 위해성 논란이 있을 정도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만약 전기분해 알칼리수가 소주 용수로 쓰일 수 있다면 중금속에 오염된 물을 정화해서 쓸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까지 주장했다.
하지만 두산주류 측은 ‘처음처럼’ 제조에 사용되는 물은 강원도 대관령 지역의 지하수로 ‘먹는 물 관리법’상 먹는 샘물에 해당하고, 주류업계와 식음료 제조업계에서도 이런 원수를 이온교환수지, 역삼투압, 활성탄 처리 등의 방법으로 가공하는 만큼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두산주류 관계자는 “이미 법제처, 식약청 등 관계당국에서 문제 없다고 결론이 났는데도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갈팡질팡 당국도 원인
양 측간 논쟁이 끝나지 않은 데는 관계당국의 들쭉날쭉한 유권해석도 한몫하고 있다. 환경부는 당초 전기분해 알칼리수도 먹는 물에 해당한다고 유권 해석을 내렸다가 문제가 제기되자 2006년 8월께 ‘전기분해한 물은 먹는 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재해석을 내놓았다.
식약청 규정에도 (식품제조ㆍ가공)용수는 먹는물 기준에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고 기술돼 있던 터라 이 때만 해도 김씨의 주장이 일리가 있는 듯 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2006년 9월께 에비앙과 같은 먹는 물이 아닌 식품 제조 용수는 ‘먹는 물 관리법’이 아닌 ‘식품위생법’을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을 식약청으로 넘겼다. 이후 식약청은 제조 용수의 처리방법에 대해서는 먹는 물 관리법에 규정되지 않은 만큼 수질기준에만 적합하면 된다는 해석을 내 놨다.
또 지난해 6월께 ‘용수는 먹는 물 관리법에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라는 식약청 규정을 ‘먹는 물 수질기준에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로 개정했다. 결국 식약청 스스로도 다양한 물리ㆍ화학적 처리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
◇관련규정 명확해야 해결
문제는 식약청이 규정을 완화함으로써 향후 업계에서 사용될 다양한 인위적 조치에 대한 위해성을 판단할 근거가 고스란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때문에 극단적으로 수질이 극히 좋지 않은 자연상태의 물이라도 정화만 하면 식품 제조 용수로 쓸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물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조작방법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관계 당국이 이에 대한 정확한 규정없이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태도는 국민 보건을 해치는 행위”라며 “이 참에 식품 제조 용수에 대한 규정들을 대대적으로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물 분쟁 사건 일지
▲2006년 2월
식약청, 전기분해한 물이 먹는물 관리법상 먹는 물에 해당하고, 수질기준에 적합하면 식품 제조 가공용 용수로 사용 가능하다고 유권해석
▲8월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전기분해한 지하수는 먹는 물 관리법상 '자연상태의 물'과 '都?샘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
▲9월
환경부, 식품 제조 용수는 먹는 물 관리법이 아닌 식품위생법에 따라야 할 것 같다고 식약청에 회신
식약청, 관련법에는 인위적인 조작에 관한 규정이 없는 만큼 수질기준만 맞으면 된다고 해석
▲2007년 1월
서울중앙지검, 김문재씨가 두산주류를 식품위생법 및 주세법 위반으로 고소한 사건을 각하 결정.
▲6월
식약청, '용수는 먹는 물 관리법에 적합해야 한다'라는 규정을 '먹는 물 수질기준에 적합해야 한다'로 바꿈.
▲10월
식약청, '활성탄 맥반석 역삼투압 전기분해 등의 방법으로 물 처리를 하더라도 먹는물 관리법 수질 기준에만 적합하면 식품제조용수로 쓸 수 있다'는 규정을 법규에 추가.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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