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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속 열하일기 허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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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속 열하일기 허세욱

입력
2008.04.0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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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에 이르는 <열하일기> 의 행로를 따라 연암의 발자취를 더듬은 기행서 <속 열하일기> 의 저자 허세욱(75) 고려대 명예교수는 “연암의 자취를 더듬어 갈 때마다 연암이 양자강 같은 큰 강, 태산 같은 큰 산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속 열하일기> 는 허 교수가 만주에서 열하에 이르는 연암의 여정을 3차례(2004년, 2006년, 2007년) 답사한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그는 “퇴임하기 전 중국 학자들이 너희에게는 이백, 두보 만한 문학가가 있느냐고 질문할 때마다 말문이 막혔는데, <열하일기> 를 읽고 그 흔적을 직접 느껴봤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연암이 있다’고 큰소리 칠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연암을 연구하는 국문학자들은 흔하디 흔하지만 중문학자인 그가 정년 퇴임후(1999년) <열하일기> 를 세독(細讀)하며 연암에 빠져든 계기는 무엇일까. 허 교수는 “연암문학의 진수를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암문학의 진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문, 백화문(현대중국어), 조선식이두에 모두 능통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어린시절 서당에서 한문을 수학하고 50년 이상 중국문학을 가르쳐온 자신이 적격자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국문학자들은 아마 <열하일기> 속에서 연암이 백화문을 얼마나 능통하게 활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중국어를 모르는 연암은 중국학자들과 밤새 필담을 나누었는데, 간접소통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렇게 세세하고 실감나게 그 내용을 담을 수 있었을지 천재성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편의 수필집을 내기도 한 허 교수는 연암을 읽으면 현대 우리수필의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요즘 우리 수필이 자꾸 소품화, 여성화하는데 이는 <열하일기> 속의 웅혼한 수필들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수필, 소설, 평론, 르포 등이 망라돼있는 <열하일기> 에서 좋은 수필을 뽑아낸 뒤 개별적 수필처럼 자신이 직접 ‘낮술’ ‘달밤’과 같은 제목을 달아 이 책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연암에 대한 세간의 편견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연암을 방랑자, 자유인 등으로 희화화 하거나, 연암을 사회주의자로 보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는 경향 등이 그렇다. 허 교수는 “연암은 자유와 풍요를 추구하는 장정 속에서 일탈하고 일시적으로 방종하기도 했지만 끝내 유가의 원도를 내동댕이 친 일은 없었다”며 “그는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었던 고독한 선비였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사진=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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