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인근에서 발생해 난리가 나고도 또 당했네요.”
4일 오전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전북 김제시 용지면 용암리 신암마을. 방역요원들이 농가를 돌며 소독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주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번에 AI가 발생한 곳은 2006년 겨울 홍역을 치렀던 김제시 공덕면 동계리 메추리농장에서 불과 10㎞ 떨어진 마을. 이에 방역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하고 상황관리실을 설치해 이 일대를 집중 관리 해왔다.
이 마을 105세대 250여명의 주민 절반이 양계나 양돈에 종사하고 있다. 양계농민인 안성회씨는 “지난해 10월 빚을 내서 병아리 3만수를 들여와 키웠는데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니 아이들 대학 학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고 울먹였다. 또 주민들은 기자들을 붙잡고 “우리 좀 살려주려면 난리 난 것처럼 쓰지 말아달라”고 신신 당부부터 했다.
농가 바로 옆 논에서는 살처분한 닭과 오리를 매립하기 위해 굴삭기 6대가 굉음을 울리며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전북도는 전문인력과 공무원 380명을 동원, 살처분 대상인 AI 발생 농장으로부터 ‘오염지역’인 반경 500m 이내 있는 5개 농장에 27만2,000 마리의 닭과 오리에 대한 매몰작업을 5일까지 마무리하고 발생농가는 폐쇄할 방침이다. 반경 3㎞ 이내의 ‘위험지역’에 있는 가금류는 살처분 하지는 않지만 역시 가축과 차량 등의 이동이 완전히 차단된다.
지난 겨우내 예방활동을 펼쳐온 방역 당국도 난감한 모습이다. 3개월간 실시했던 특별방역노력이 물거품이 된데다 기온이 올라가면 전파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AI바이러스가 봄기운이 완연한 4월초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 관계자들은 특별방역기간이 끝난 2월말 모두 철수했다.
전북도 박정배 축산경영과장은 “AI 병원균의 전파를 막기 위해 사실상 중단했던 방역활동도 전북 전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전염경로와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않아 근본적인 예방을 할 수 없는 게 한계”라고 말했다.
김제=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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