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오 바쇼 지음ㆍ김정례 옮김/바다출판사 발행(전3권)ㆍ160~244쪽ㆍ1만1,000~1만2,800원
마츠오 바쇼(1644~1694)는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하이쿠 시인이다. 5ㆍ7ㆍ5 음률의 단시(短詩) 하이쿠를 소개할 때 곧잘 언급되는 ‘오래된 연못이여/ 개구리 뛰어드는 / 물소리’가 그의 작품이다. 아사히신문이 2000년 실시한 ‘지난 천 년의 일본 문학가 인기투표’에서 바쇼는 6위를 차지했다. 2003년 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 세워진 바쇼 관련 비석이 무려 4,000개를 넘어, 그와 하이쿠에 대한 일본인들의 자부심을 엿보게 한다.
바쇼는 37세 되던 1680년 에도(지금의 도쿄)에서 문하생을 기르던 일을 접고 은둔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다 41세 때부터 여행을 시작해 51세에 오사카에서 타계할 때까지 방랑을 거듭한다.
이번에 나온 세 권의 책은 그 10년 간의 여행기 겸 하이쿠 시집이다. 제1권 <오쿠로 가는 작은 길> 은 1689년 5~10월 에도를 출발해 동북 변방지역 오쿠에 당도하기까지의 2,400㎞, 제2권 <산도화 흩날리는 삿갓은 누구인가> 는 1684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9개월간 걸은 간사이 지방과 나고야, 제3권 <보이는 모두가 꽃이요> 는 1687~1688년 반년 동안 다닌 에도ㆍ교토 일대의 여정을 담았다. 시기순으로 보자면 제2권이 바쇼의 첫 기행문이고, 제1권이 마지막 작품이다. 보이는> 산도화> 오쿠로>
바쇼는 자신의 여정과 견문을 기록하고 거기서 떠오른 감흥을 하이쿠로 적는다. 외지로 떠도느라 임종을 지키지 못한 어머니가 남긴 백발을 앞에 두고 오열하며 시인은 ‘백발 손에 드니/ 녹아 버리는 듯 눈물 뜨거워라/ 가을날 서리’(2권 33쪽)라는 사모곡을 짓는다.
“갈 길은 조금도 진척이 없이 그저 힘든 일만 많다”며 여행의 노곤함을 드러내면서도 ‘여행에 지쳐/ 숙소 빌린 시간이여/ 화사한 등꽃’(3권 48쪽)이라며 봄날 여정의 정취를 전하길 잊지 않는다. 여로의 끝을 축하해주는 제자들을 뒤로 하고 또다른 여행길에 오르며 읊은 시엔 헤어짐의 아쉬움과 ‘인생은 곧 여행’이란 달관이 함께 묻어난다. ‘대합조개가/ 두 몸으로 헤어져/ 가는 가을이어라’(1권 148쪽).
풍경(하이쿠는 창작 당시 계절을 보여주는 시어를 꼭 갖춰야 한다)과 애환을 한 줄 시에 응축해내는 하이쿠의 묘미가 오롯한 책이다. 바쇼가 기록한 기행문이 하이쿠의 탄생 과정을 친절히 설명해주는 셈이어서 일반 독자가 하이쿠에 재미를 붙이는 데 유용하겠다.
일본 고전시가 전문가인 번역자 김정례(전남대 교수)씨가 각 작품집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더불어 하이쿠 개론, 바쇼가 살았던 에도 시대의 하이쿠 창작 상황, 바쇼 연보 및 참고문헌 등을 꼼꼼히 첨부한 덕에 전문 연구서로도 손색 없는 책이 됐다. 바쇼가 직접 쓰고 그린 시화첩 <노자라시 기행 화첩> , 후대의 화가ㆍ하이쿠 시인인 요사 부손의 화첩 <오쿠로 가는 작은 길 그림 병풍> 등에서 발췌한 도판들이 읽는 흥을 더한다. 오쿠로> 노자라시>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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