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측 답신 전화통지문(전통문)을 받은 지 하루 만에 강경한 태도의 답신을 보낸 것은 최근 조성하고 있는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3일 전통문에서 우리 측 답신 전통문을 '한갓 변명'으로 일축하고 '군사적 대응 조치'를 거론하며 "북남대화와 접촉의 중지 및 군사분계선상 통행차단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는 북측이 김태영 합참의장의 국회 청문회 발언을 사과할 것을 요구하면서 지난달 29일 예고한 조치를 공식화한 것이다.
북측은 우리 측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물리적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북측은 당시 "모든 북남대화와 접촉을 중단하려는 남측당국의 입장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군부 인물을 포함한 남측 당국자들의 군사분계선 통과 전면 차단조치를 경고했었다.
이에 따라 남북 간 대화와 접촉은 당분간 단절될 것으로 보이며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휴전선에서의 도발행위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북측은 당국 간 접촉과 대화만 중단하는 제한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북측이 경협과 관련한 민간 업무는 통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남북경협을 담당하는 개성공단 내 우리측 정부직원 11명을 추방했지만 코트라 등 민간직원 4명은 현재 문서수발 등 경협업무를 별탈없이 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북측은 구세군의 소나무심기 등 순수민간교류의 경우 방북활동도 허용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 12월 남북총리회담 합의로 서해평화특별지대나 조선협력단지 조성 등을 위한 각종 남북회담이 올 상반기에 예정됐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간 실무 또는 고위급 회담 추진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남북긴장이 더 고조될 경우 북측이 민간부문의 방북활동마저 통제할 가능성이 있지만 북측도 일정부분 피해를 보는 일이기 때문에 일단 자제하는 모양새다. 북측이 수위를 조절하며 절제된 조치를 단계적으로 계속 취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작금의 긴장국면을 주도하고 있는 북측 군부가 "군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만큼 단거리 미사일 추가발사나 NLL, 군사분계선에서 국지적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우리 군 당국은 내부적으로 경계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북한군 해군사령부가 이날 우리군의 NLL 침범을 주장하며 대응조치가 따르게 될 것이라고 비난한 것도 도발을 위한 사전 징후로 볼 수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가 입장을 바꾸기는 어렵고 북측 입장에서도 일련의 행동을 뒤집을 만한 명분이 없기 때문에 군사적 긴장이 오래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측의 연속적인 위협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3일 남북간 긴장조성 이후 처음으로 "북측에 긴장조성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대화를 통해 협력하자"고 밝혔다. 일종의 유화적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북측이 곧바로 호응하지는 않을 것이나 내부적으로 복잡한 셈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성훈 기자 정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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