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만 범인을 잡는게 아니다. 교통카드도 범인을 잡는다. 일산 초등학생 납치ㆍ성폭행 미수 사건 범인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교통카드의 위력이 새삼 화제다.
3일 경찰에 따르면 범인 이모(41)씨는 지난달 26일 A(10)양 납치ㆍ성폭행을 시도했다 실패한 뒤 지하철 3호선 대화역으로 가 선불식 교통카드를 이용, 수서행 지하철을 탔다.
경찰은 지하철역 폐쇄회로(CC)TV로 이씨가 교통카드를 이용한 시간을 확인한 뒤 즉시 교통카드 시스템을 운영하는 S사 전산소를 찾아갔다.
이씨 교통카드 사용내역을 받은 경찰은 이를 분석, 이씨가 수십 차례나 수서역을 이용한 점을 알아냈고, 이후 수서역 주변을 탐문한 끝에 이씨를 검거했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 관계자는 “카드의 칩 안에 별도의 인증키가 내장돼 있어 번호만 알면 어디서 타고 내렸는 지 흔적이 다 남는다”며 “습관적으로 타고 내리는 패턴이 보이기 때문에 수사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씨 역시 교통카드에 발목이 잡힐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1997년 버스카드 도입 이후 현재 신용카드와 선불카드를 포함, 1,300만 명 이상이 교통카드를 발급 받았고 실제 이용객은 50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S사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 월 평균 7건 정도의 사용내역을 받아간다”며 “사용내역 자료가 대중교통 정책 입안뿐만 아니라 범죄자 검거에도 쓰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03년에는 지하철 내에서 성추행범으로 몰렸던 회사원이 교통카드 사용내역을 증거로 제출, 알리바이를 입증해 무죄를 선고 받기도 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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