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7~10등급을 잡아라’
은행 중심 금융지주회사와 일부 시중은행들이 자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서민금융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은행들은 할부금융과 리스, 신기술금융(벤처캐피탈) 등을 주업으로 하는 캐피탈 자회사를 통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고 사금융에 손을 벌려야 하는 서민들을 위한 대출상품을 출시하거나 검토중이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2일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인 기은캐피탈을 통해 조만간 중소기업 근로자들 중 신용이 7~10등급 정도로 낮은 이들을 위한 서민대출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초 기은캐피탈은 신기술금융업(벤처캐피탈)이 주업이었으나 저축은행이나 일부 외국계 캐피탈사, 대부업체 등이 경쟁하는 서민금융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파이낸셜은 지난달 25일 서민금융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5월께 연 20%대의 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고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낮은 저금리로 전환해주는 연 30%대의 ‘환승론’도 검토중이다.
할부금융과 리스업을 주로 하던 코오롱캐피탈(현 하나캐피탈)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는 이미 전세자금대출, 부동산담보대출 등을 시작했다. 한 달 전에는 ‘미니론’이라는 이름의 신용대출상품을 출시했는데, 금리가 연 13%~37%나 된다.
국민은행도 내년 초까지 기존 캐피탈사를 인수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해 서민금융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원 행장은 지난해 10월 “개인·주택금융 등에 국내 최고의 노하우와 신용정보를 쌓아온 국민은행으로서 도전해 볼 만한 비즈니스”라고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들이 서민금융 시장을 노리는 직접적인 이유는 서민금융 시장의 높은 수익성 때문. 수년 동안 쌓인 신용정보 등을 통해 신용관리능력이 개선돼 대출 및 연체율 관리가 건전성을 크게 위협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는 점,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낮은 신용등급자 중 우량 고객들을 잘 유치하면 20%대의 고금리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등이 매력적이다.
대부업체에 대한 일제 단속을 실시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소외자에 대한 구제를 실시하는 등 서민금융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분위기도 서민금융 진출에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소외계층을 제도권 금융회사가 흡수할 수 있다는 긍정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저금리 수신예금을 바탕으로 고리대금업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눈초리도 따갑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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