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논리다. 영화제작자는 물론이고, 교수들까지 그렇다. 이따금 한 두 가지 긍정적 평가를 하다가도 언제나 ‘그러나’ 로 시작해 비판을 무더기로 쏟아낸다. 상대방은 유구무언이다. 무슨 큰 죄라도 지은 양 고개를 숙인다. 관객들도 이중적이다. 같은 값에 가장 편안하고, 호화롭고, 편리하게, 보고 싶은 영화를 아무 때나 보는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돌아서서 욕한다. 대학생 50명을 직접 설문조사해 보았다. 80%가 그랬다. 4일로 10주년을 맞는 한국의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불과 10년 만에 멀티플렉스는 스크린을 2,000개까지 늘렸다. 전체의 95%가 넘는다. 5대 메이저인 CGV, 메가박스, 롯데, 프리머스, 씨너스가 멀티플렉스 스크린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관객점유율 역시 비슷하다. 여기에 전체 영화의 60% 이상을 직접 배급까지 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욕’먹게 생겼다. 때문에 멀티플렉스에 들이대는 ‘전가의 보도’ 역시 독과점이다. 독과점이 되는 영화만 집중적으로 선택하는 상영의 왜곡을 낳았고, 영화계 수익구조의 악화를 가져왔으며, 다양성을 해쳤다는 것이다.
▦제작사와 투자사는 돈 버는 곳은 멀티플렉스 뿐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수익률이 −40%를 기록할 때도 그들은 여전히 이익을 봤다고 미워한다. 영화 수익의 80%가 극장에서 나오고 그 엄청난 돈의 절반을 가져가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분배비율을 조정하든지, 입장료를 올려달라고 한다. 정말 적자가 그 때문일까. 지난 10년을 돌아보자. 한국영화는 적어도 극장상영 수익에 관한 한, 관객수를 4배(연간 1억6,000만명)나 늘린 일등공신인 멀티플렉스의 투자와 노력의 열매만 편안하게 따먹었다. 제작비 거품과 결국 자신들의 발목을 잡은 부가시장(DVD, 비디오, TV방영) 침체는 나 몰라라 하면서.
▦상영의 다양성이란 것도 그들에게서 시작됐다. ‘스크린쿼터’의 온실 속에서 뭘 했나. 돈만 노린 오락영화, 아류작에만 골몰하고, 배급과 상영 차별화 전략을 무시한 ‘한탕주의’에 매달리지 않았던가. 그래 놓고 멀티플렉스에게 적자를 보면서 예술영화를 틀어 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괴물> <캐러비안의 해적> 의 사례를 들먹이며 법까지 동원해 상영스크린 수를 강제한다고 다양성이 이뤄질까. 무모한 평등주의와 획일주의는 자유시장 경제에도 맞지 않는다. 책임의 화살을 남에게만 돌리는 것은 비겁하다. 나는 오늘도 멀티플렉스에서 기분좋게 영화를 본다. 캐러비안의> 괴물>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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