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멀티플렉스 탓' 이라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멀티플렉스 탓' 이라고

입력
2008.04.02 18:07
0 0

이상한 논리다. 영화제작자는 물론이고, 교수들까지 그렇다. 이따금 한 두 가지 긍정적 평가를 하다가도 언제나 ‘그러나’ 로 시작해 비판을 무더기로 쏟아낸다. 상대방은 유구무언이다. 무슨 큰 죄라도 지은 양 고개를 숙인다. 관객들도 이중적이다. 같은 값에 가장 편안하고, 호화롭고, 편리하게, 보고 싶은 영화를 아무 때나 보는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돌아서서 욕한다. 대학생 50명을 직접 설문조사해 보았다. 80%가 그랬다. 4일로 10주년을 맞는 한국의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불과 10년 만에 멀티플렉스는 스크린을 2,000개까지 늘렸다. 전체의 95%가 넘는다. 5대 메이저인 CGV, 메가박스, 롯데, 프리머스, 씨너스가 멀티플렉스 스크린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관객점유율 역시 비슷하다. 여기에 전체 영화의 60% 이상을 직접 배급까지 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욕’먹게 생겼다. 때문에 멀티플렉스에 들이대는 ‘전가의 보도’ 역시 독과점이다. 독과점이 되는 영화만 집중적으로 선택하는 상영의 왜곡을 낳았고, 영화계 수익구조의 악화를 가져왔으며, 다양성을 해쳤다는 것이다.

▦제작사와 투자사는 돈 버는 곳은 멀티플렉스 뿐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수익률이 −40%를 기록할 때도 그들은 여전히 이익을 봤다고 미워한다. 영화 수익의 80%가 극장에서 나오고 그 엄청난 돈의 절반을 가져가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분배비율을 조정하든지, 입장료를 올려달라고 한다. 정말 적자가 그 때문일까. 지난 10년을 돌아보자. 한국영화는 적어도 극장상영 수익에 관한 한, 관객수를 4배(연간 1억6,000만명)나 늘린 일등공신인 멀티플렉스의 투자와 노력의 열매만 편안하게 따먹었다. 제작비 거품과 결국 자신들의 발목을 잡은 부가시장(DVD, 비디오, TV방영) 침체는 나 몰라라 하면서.

▦상영의 다양성이란 것도 그들에게서 시작됐다. ‘스크린쿼터’의 온실 속에서 뭘 했나. 돈만 노린 오락영화, 아류작에만 골몰하고, 배급과 상영 차별화 전략을 무시한 ‘한탕주의’에 매달리지 않았던가. 그래 놓고 멀티플렉스에게 적자를 보면서 예술영화를 틀어 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괴물> <캐러비안의 해적> 의 사례를 들먹이며 법까지 동원해 상영스크린 수를 강제한다고 다양성이 이뤄질까. 무모한 평등주의와 획일주의는 자유시장 경제에도 맞지 않는다. 책임의 화살을 남에게만 돌리는 것은 비겁하다. 나는 오늘도 멀티플렉스에서 기분좋게 영화를 본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