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는 자신이 신격화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서울 역삼동 강남포교원 원장 성열(聖悅ㆍ63) 스님이 붓다의 일대기를 그린 <고따마 붓다> (문화문고 발행)를 최근 펴냈다. 1982년 강남 지역에 포교당을 연 이래 20여년간 도심 포교를 해온 성열 스님은 이 책에서 초기 불경인 <아함경> 을 토대로 석가모니의 일생을 사실적으로 재구성했다. 아함경> 고따마>
“불교 공부는 고따마 붓다라는 인간에 대한 연구이고, 그분의 삶을 본받으려는 노력입니다. 따라서 붓다의 삶을 역사적, 사실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열 스님은 붓다의 전기를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밝히면서 “한국불교의 위기는 불교를 믿는다면서 교주(敎主)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사실 요즘 한국불교에서는 중국의 선종(禪宗)을 성립시킨 조사(祖師) 스님들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창시자인 붓다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성열 스님은 이미 20여년 전에 <고따마 붓다의 생애> 를 쓴 적이 있어 붓다의 전기를 출간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 동안 남방불교의 빨리어 경전 등 새 자료를 접하게 되면서 새롭게 정리한 것이다. 고따마>
붓다에 대한 그의 관심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1980년 초 신군부가 전국의 사찰에 무단 난입한 10ㆍ27 법난을 겪으면서 “1,600년 역사의 한국불교가 어느날 갑자기 외부집단에 의해 이렇게 당할 수 있는가”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 이후 “붓다시대 붓다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포교당을 열어 포교를 하면서 붓다의 생애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교리적으로 말하는 붓다는 초역사적 존재로 생로병사도 없고 깨달음의 극적인 순간도 없습니다. 그러나 불교가 역사에서 벗어나면 신학화(神學化)된 불교에 지나지 않으며, 신학화된 불교에서 승려는 고따마 붓다의 뒤를 잇는 수행자가 아니라 사제로 전락하고 맙니다.” 한국 불교에는 역사적 의미가 빠지고 신격화된 붓다만 있는 것이 가장 큰 타락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석가모니는 당시 베다를 신의 계시로 보았던 바라문교의 신학적 관념론을 극복했는데 거기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는 붓다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설화를 구분해 살펴본다는 뜻에서 이번 책에 ‘역사와 설화’라는 부제를 달았다.
역사적 붓다의 한 모습으로 그는 2,500년전 카스트 제도가 엄격한 불평등 계급사회였던 인도에서 만인의 평등을 주장한 것을 꼽았다. “평등 사상은 오늘날은 상식이지만 당시는 상식이 아니었습니다.
붓다는 인간을 고정된 인격이 아니라 환경 속에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만들어지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그는 또 붓다는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가 그리스와 마라톤 전쟁을 벌였던 시기에 살았으며, 출가하기 전 서역 출신의 스승들로부터 통치자로서의 교육을 받아 국제정세를 비롯한 세상사에 매우 밝았으며 이는 경전에 잘 나타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붓다는 사후(死後)문제처럼 인간의 경험을 벗어난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붓다가 다시 살아나 요즘 절에서 올리는 천도재를 본다는 그것을 자신의 가르침이라고 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교를 이렇게 요약했다. “불교에서는 삶을 물고기가 어디로 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항상 유동하는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고정된 틀에 따라서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최선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것이 붓다가 요구한 우리 삶의 방식입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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