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2일 '재학 또는 재적 중인 자'에게만 명예 졸업장을 주도록 한 규정을 바꿔, '입학한 적이 있는 자'도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관계자는 "규정 변경으로 8월 하계 학위수여식에서는 고 최우혁(서양사학과 84학번) 동문이 명예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번 변경은 과거사를 재조명하고 학교의 명예를 빛낸 동문들을 기리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가 규정을 바꾼 데는 '최우혁 추모 모임'을 만든 대학 친구와 동문들의 끈질긴 탄원이 큰 역할을 했다. 최씨 친구와 동문은 2005년에도 '군대에서 자살한 나약한 청년'으로 낙인 찍혔던 최씨를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의인'(義人)으로 명예회복을 시키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줬다.
1984년 서울대에 입학한 최씨는 이후 줄곧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가, 미등록에 따른 제적 규정에 따라 87년 군에 입대했다가 몇 달만에 분신 자살했다. 자살 이유와 배경은 17년간 감춰졌으나, 조사에 나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4년 "군 당국의 지속적 감시와 구타 등에 따른 죽음"이라고 인정했다.
최씨 친구ㆍ동문들은 이후 마지막 명예를 되찾기 위해 모교인 서울대에 명예졸업장 수여를 요구했으나, 학교측은 규정을 이유로 거부하다가 이번에 최씨 영전에 졸업장을 주기로 결정했다.
최씨 추모 모임을 주도한 김치하(44)씨는 "늦었지만 명예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다가 비명에 간 친구의 추모 사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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