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 대화하다 입냄새가 나면 좋던 인상도 구겨지기 마련이다. 입냄새는 큰 병도 아니고 통증도 없지만 당사자에게는 중증 질환만큼이나 고통을 줄 수 있다.
입냄새는 단백질이 입 안에 사는 세균에 의해 부패돼 생기는 휘발성 황 화합물(VSC)로 인해 주로 발생한다. 음식물 찌꺼기, 침, 떨어져 나온 구강점막 상피세포 등이 세균의 영양분 역할을 한다. 이처럼 입냄새를 일으키는 원인은 누구나 갖고 있으므로 이를 완전히 없애는 방법은 없다
■ 입냄새의 주 원인 설태
구강 내 세균이 입냄새를 발생시키는 곳은 주로 혀와 잇몸이다. 치주질환 환자들은 잇몸 치료를 받아도 입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혀를 제대로 닦지 않았기 때문이다.
혀에 음식물 찌꺼기 등이 엉겨 붙어 생긴 하얀 막인 설태(舌苔)가 많을수록 입냄새의 주 원인인 휘발성 황 화합물이 늘어난다. 칫솔질만으로는 구강 내 유황혼합물의 25% 정도만 없어지지만 혀를 제대로 닦으면 75%까지 제거할 수 있다.
한 치과병원이 최근 495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칫솔질할 때 칫솔모로 혀를 닦는 사람은 53%였다. 그리고 이들 중 제대로 혀를 닦는 사람은 19%에 불과했다. 대다수가 혀를 닦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제대로 닦지 않고 있는 것이다.
■ 혀에 붙는 세균은 530여종
혀는 표면에 주름이 많기 때문에 세균이 증식하기 아주 좋은 환경이다. 혀를 올바르게 닦지 않으면 잇몸 질환 원인균과 충치 원인균 등이 입 속에 ‘상주’하게 되기 때문에 여러 구강ㆍ치과 질환이 생기게 된다. 손을 닦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는 것처럼 혀를 닦지 않으면 전신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혀에 붙는 세균의 종류는 530여종, 그 숫자는 개인차가 있지만 10만~100만개 정도다. 풍치 유발 원인균, 충치 유발 원인균 등 구강 건강을 해치는 균이다. 혀를 닦지 않으면 혀 표면에 존재하는 세균의 99%가 병원성 균으로 채워지며, 혀를 닦으면 그 비율이 29%까지 현저히 줄어든다.
미국 버팔로대 연구팀은 ‘치주병학회지(Journal of Peridontology)’에 폐경 여성에게 잇몸 질환이 골다공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혀 속에 있는 진지발리스, 레투스 등의 세균에 감염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구강 내의 중증 뼈 소실을 앓을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설태를 방치하면 세균이 늘어나고 세균의 대사 산물이 입 안에 만성적인 자극을 주어 구강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또 혀를 제대로 닦지 않으면 혀의 미뢰(맛을 느끼는 기관) 사이에 음식물 찌꺼기가 남아 미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혀가 둔감해져 과식하게 되거나 짜고 매운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게 돼 비만이나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 혀 전용 클리너 사용 권장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오랄-비와 공동으로 벌이는 대국민 구강건강 관리 캠페인에서 올바르게 혀 닦는 법을 제안했다. 협회 관계자는 “치아와 잇몸 뿐 아니라 구강 내 세균의 대부분을 보유한 혀까지 제대로 닦아야 구강건강관리지수(OQ)가 향상되고 치아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칫솔모로 혀를 닦고 있지만 무리하게 힘을 줘서 닦을 경우 미뢰가 상할 수 있으므로 전용 혀 클리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도움말=연세대 치과병원 구강내과 안형준 교수>도움말=연세대>
■ 올바른 혀 닦기
1.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길게 내민다.
2. 혀 뿌리 부분 가장 깊은 곳에 칫솔 뒷부분에 부착된 혀 세정기를 살짝 올려 놓는다.
3. 짧고 가볍게 3~5회 쓸어 내린다.
4. 반사적인 구역질이 나지 않도록 살살 문지른다.
5. 입 냄새를 없애기 위해 혀 뿌리 쪽 1/3 부분을 세심하게 닦는다.
<자료: 대한치과의사협회>자료:>
권대익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