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고민을 시작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2일 "박 전 대표가 주말부터 충청과 수도권의 접전 지역을 찾아 유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측근은 "이 같은 방안이 제기됐지만 박 전 대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측근들도 지원유세를 하자는 쪽과 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갈려 있다. 말 그대로 아직은 "검토 중"인 셈이다. 그러나 지원유세를 일축하던 초반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이날 박 전 대표가 수도권 및 충청권에 출마한 측근 10여명에게 영상 지원 메시지를 보낸 것을 전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표는 명분과 원칙을 내건다. 대중성과 원칙은 그의 정치적 자산 중 우선 순위를 차지한다. 그 자신도 소리(小利)보다 대의(大義)를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비쳐지기를 바란다.
이런 스타일과 지향점은 어떤 이유로든 그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한나라당 출마자들을 외면하는 것과는 맞지 않는다. 한 당직자는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섬으로써 다시 한번 큰 정치인의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유세는 박 전 대표의 총선 이후 구상과 맞물린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선 "한나라당을 다시 꼭 바로 잡겠다"고 했다. 그래서 총선 이후 그의 7월 전당대회 출마를 점치는 이들이 많다.
다시 당 대표에 도전하기 위해서라도 박 전 대표는 "역시 큰 정치인"이란 세평을 얻을 필요가 있다. 당내 세력의 상당부분이 이명박 대통령측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그의 무기는 명분과 국민 지지다.
하지만 반대 논리도 만만찮다. 그는 지금 시위 중이다. 자신이 기득권을 버려가며 일궈왔다고 자부하는 민주적 정당 시스템을 당 지도부와 주류가 무너뜨렸다고 보고 벌이는 시위다. 시위의 목적은 아직 달성되지 않았고, 때문에 시위를 풀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실적 이유도 있다.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설 경우 친박연대와 무소속 후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지 친박 후보들은 박 전 대표의 '무위(無爲)'를 밑천 삼아 버텨왔다.
그가 지원유세에 나서는 순간 친박 탈당자들의 명분이 흔들리게 된다. 박 전 대표가 쉽게 지원유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을 도와준 친박 후보자들을 결정적인 순간에 타격이 되지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물론 박 전 대표가 큰 정치인의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박근혜' 브랜드를 내걸고 있는 무소속과 친박연대 후보들에게 오히려 '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상반된 분석도 있다.
박 전 대표에게 허락된 고민의 시간은 하루, 이틀이다.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놓을 것이다. 당 안팎의 시선이 달성에서 농성중인 박 전 대표를 향하고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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