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와 베어스턴스 사태 등 잇단 대형 금융사고를 계기로 마련된 미국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발표 직후부터 정치권ㆍ금융업계 모두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31일 발표한 개편안은 예금업무를 담당하는 일반은행에 국한돼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감독 기능을 투자은행 증권사 헤지펀드 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비롯, 소형 저축은행 및 보험사 규제기구 개편 등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광범위한 개편 내용을 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번 개편방안이 “금융기관별 감독기관 숫자를 줄이고 감독기관의 감독범위는 넓히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개편안 발표 후 투자은행측은 “‘금융계의 슈퍼캅’ 탄생”이라며 “지나친 금융규제로 금융계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친민주당계 학자와 언론들은 “금융위기의 장본인인 투자은행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면서 피해자인 예금자 보호는 약화된 거꾸로 된 개혁안”이라며 상반된 입장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일 “개편안으로 FRB는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 등 금융기관 전반으로 감독권한이 넓어지지만, 은행의 재정 안정성을 매일 감독하는 기능은 잃게 돼 오히려 권한이 약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실적으로도 1년도 남지 않은 부시행정부가 내놓은 금융개편안이 민주당이 지배하는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문제다. 폴슨 재무장관 스스로 “개편안에 포함된 대부분의 방안들이 현 행정부 재임 기간 내에 현실화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현재 경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대안으로 받아들여 달라” 의미를 축소하고 나설 정도다.
민주당 인사들은 당장 시급한 금융위기를 해결하라는 요청에 엉뚱한 대답을 내놓은 격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부시 행정부의 제안과 당면한 위기 사이에는 여전히 심각한 격차가 있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부시 행정부의 월스트리트 감독체제 개편안은 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 약탈적인 대출을 방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감독기구를 통합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 하에서 투명한 감독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찬성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은행가들도 이번 개편안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의 한 투자은행 경영자는 “최근 금융사고는 규제가 부족해서 벌어진 게 아니라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아서 벌어진 것인데 정부는 정책의 실패를 제도의 실패로 돌리고 있다”며 “이번 개편안은 정치적 소음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이번 개편안은 금융기관의 감독권한을 이리 저리 통합하고 옮긴 것일 뿐 대형화하는 금융사고를 미리 예방할 실질적 조치는 거의 없다”며 “금융산업의 자율규제를 신봉하는 공화당과 부시대통령의 원칙 때문에 전향적 금융규제를 만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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