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분배를 강조하는 정권기를 거치면서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못해 성장동력을 잃은 게 걱정입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 명예회장은 1일 포스코 창립 40주년 기념행사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체, 특히 경제관련 부분에 투자가 소홀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 명예회장은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국가 경제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어제 대통령과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대통령도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며 “지금 이 정권은 그것(경제 관련 투자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 한국경제는 성장해야 한다”면서 “성장이 잘되면 분배도 자연스럽게 된다고 대통령도 생각하고 있으며 나도 그 정책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박 명예회장은 “지난 두 정권에서 투자를 소홀한 것은 사실이고 이에 동감한다”며 “그러나 현 정권은 지난 정권이 분배정책을 편 것과 정책의 우선순위가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한국경제 지난 10년간 분배한다는 소리만 나왔지 성장한다는 소리가 안 나와 기업하는 모든 사람들이 투자를 꺼렸다”면서 “이젠 국민의 생각을 다시 투자해 나가야 한다는 쪽으로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평소 포스코가 광산 투자에 더욱 적극 나서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해온 박 명예회장은 현정부의 당면 과제인 ‘자원외교를 위해 손수 나설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사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 내 체력이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거나 열의를 갖고 협상자리에서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동안 그런 일을 너무나 많이 해 와 이제는 좀 쉴 때가 되지 않았나”고 자문했다. 그는 자신의 건강에 대해 “2년 전 가슴에 물혹이 생겨 제거수술을 받은 것은 아마 제철소를 건설하면서 너무나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당시 느꼈던 압박감을 털어 놓았다.
박 명예회장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황경로 전 회장, 안병화 전 사장 등 창립 멤버 10여명과 포스코 역사관을 함께 돌아봤다. 이 자리에서 그는 1967년 11월 자신이 직접 주재했던 종합제철소 추진위원회 첫 회의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 보며 “여기에 나와있는 정부 인사는 모두 제철소 건립을 반대하려고 나왔던 사람들”이라면서 “당시 모두가 반대했고 박정희 대통령 혼자 찬성해 지금의 포스코가 있게 된 것”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박 명예회장은 이나야마 요시히로 당시 야와타제철 사장과 환담을 나누는 사진을 보면서 “이 사람 덕에 일본측의 필요한 모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며 한참 동안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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