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체+제조업체=지주회사’라는 공식에 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정부가 금융ㆍ비금융 업체를 혼합한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 비금융 계열사를 순환출자로 얽어서 운영해 오던 대기업들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건설 리조트 증권 보험업 등을 아우르는 한화그룹과 시멘트 증권 보험업 등을 영위하는 동양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과 동양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한화와 동양메이저 주가가 1일 강세를 보인 것도 이 같은 관측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유진그룹도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임승태 금융위 사무처장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유진기업이라는 레미콘 회사가 서울증권을 인수해 유진증권으로 바꿔 영업하고 있는데, 금융부문이 50%를 넘어가면 유진기업은 금융지주회사로 지정 받아야 한다. 그 경우 원래 사업인 유진기업을 팔아야만 된다. 이런 부분도 같이 풀어서 제조회사와 금융회사를 같이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국내 1~2위 재벌들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가능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이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가려면 계열사 간 순환출자가 해소돼야 한다. 삼성은 의지만 있다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가능하고, 현대차는 순환출자 지분이 워낙 많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삼성의 경우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에버랜드 지분이 총수 일가에 몰려 있고 계열사 간 순환출자 비중으로 볼 때 순환출자를 해소해도 총수의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분석된다.
반면, 현대차는 기아차→모비스→현대제철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워낙 강력해 이를 해소할 경우 지배력이 흔들릴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지주회사 요건도 완화되고, 순환출자 규제도 없어지기 때문에 재벌들로서는 둘 중 편한 것을 고르면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지주회사 요건 등을 지속적으로 완화하려는데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순환출자의 폐해는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인데, 지주회사 요건 등이 지나치게 완화되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도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현상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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