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들이 떨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관료 출신의 금융회사 장악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한 탓이다. 관료 출신들의 금융기관장행(行), 즉 ‘낙하산’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머리 속에는 이미 모피아에 대한 뿌리깊은 거부감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기획재정부의 부실한 인력감축을 질타하며 “사람을 계속 두니까 모피아란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31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선 “금융정책을 쓰는 사람도 공직자이고 (그런) 공직자 출신이 일선 금융기관의 장이나 은행의 장으로 가 있다”며 “공직자 출신 인재(만) 컸지 민간에서 인재가 클 수 없게끔 이제까지 되어 있었다”고 질타했다. 낙하산관행으로 인해 금융관료가 민간인재 육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 정부에서도 모피아들의 금융장악 문제는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모피아와 낙하산 문제를 이처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강도 높게 질타한 적은 없었다. 한 금융계 고위인사는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모피아란 단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며 “많은 것을 시사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모피아관(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과거 기업CEO 시절부터 관치폐해를 직간접적으로 느꼈을 수도 있다. 서울시장 시절 서울을 금융허브로 육성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당시 재경부 관료들의 무관심과 비협조를 경험하면서 모피아의 문제점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는 소문도 있다. 금융위원장과 부위원장에 금융전문관료를 완전배제하고 민간출신을 굳이 임명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의 발로로 보인다.
어쨌든 이 대통령의 부정적 인식이 확인된 이상, 더구나 금융관료들의 낙하산 문제까지 언급한 이상, 모피아 인사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이 달 20일 임기 만료되는 금융통화위원 3자리를 비롯해 공석중인 주택금융공사 사장, 6월과 7월에 새로 임명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과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에 과거처럼 모피아들이 ‘무혈 입성’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조직개편으로 모피아의 ‘본류(本流)’가 된 금융위 관료들은 이 대통령의 언급에 긴장하며 함구하는 분위기다. 다만 “중요한 것은 공정한 경쟁이지 금융 관료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제한다면 또다른 역(逆)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 모피아(MOFIA)란?
옛 재무부 영문약자(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재무부-재경원-재경부-금융위로 이어져온 관료 출신들이 낙하산을 통해 일선 금융기관장 자리를 장악하면서, 전ㆍ현직관료들이 금융권력화된 것을 꼬집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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