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2~4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이 개막하기도 전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나토가 동유럽권으로 확장되는 것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등 발칸 3국을 신규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구 소련권이었던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 두 나라에 대한 나토 가입 협상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를 ‘나토 후보국’에 올리는 문제를 놓고 독일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데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까지 “나토의 확장이 최우선 관심사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가 극력 반발하는 두 나라에 대한 나토 가입 협상이 유럽 안보에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월 초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두 나라를 회원국 후보로 협상하는 나토의 ‘회원국행동계획(MAP)’에 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는 두 나라 정상들과의 회담마저 거부했다.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은 무엇보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나토군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번 정상회담의 주된 이슈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프간 전황이 극히 불투명한 이 시점에 굳이 러시아가 반대하는 나토 확장 문제까지 논의할 시간적ㆍ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 그루지야까지 나토에 합세하면 나토가 군사동맹체에서 정치집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는 “우리(유럽)와 러시아는 이것이 아니더라도 해결해야 할 갈등이 너무 많다”며 “두 나라의 가입은 ‘만약’이 아닌 ‘시기’의 문제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논평했다.
나토에 두 나라를 끌어들이려 했던 미국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6일 러시아의 흑해휴양지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지막 정상회담을 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길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독일 등 유럽의 나토 핵심 우방국들이 반대하고 있고, 임기 말 추진력을 발휘하기 힘든 여건 등을 감안해 발칸 3국을 수용하는 선에서 나토 확장문제가 일단락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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