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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시험대 오른 'S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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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시험대 오른 'S라인'

입력
2008.03.3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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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출신 첫 대통령이 들어선 후 그동안 해묵은 서울시 사업과 정책이 술술 풀리고 있다. 서울시와 줄다리기를 하던 각 부처와 공기관들이 슬슬 꼬리를 내리거나 눈치를 보는 모습이 역력하다.

난지골프장 운영권을 놓고 법정다툼을 벌이며 2심까지 승소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서울시 뜻대로 공원화 방침에 전격 합의했고,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화장장) 조성에 그토록 반대하던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의 입장도 바뀔 조짐이다. 또 서울시가 내심 지원하고 있는 잠실 제2롯데월드 초고층 건립이나 서울시가 줄곧 반대해온 정부합동감사 제외 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서울시 고민거리들이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것은 논란이 됐던 사업과 정책 상당수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 추진했던 것인 데다 청와대를 비롯, 각 부처에 포진한 S라인(서울시 출신인사)의 ‘보이지 않는 힘’ 덕분이다.

서울시를 3년 넘게 출입하면서 알고 지내던 취재원들이 득세하고 서울시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는 걸 보면 반가우면서도 한편 걱정스럽기도 하다. 쟁점 사안들이 지나치게 ‘서울시 프렌들리’ 방향으로 정리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4년여 동안 파행운영 된 끝에 가족공원으로 결론 난 난지골프장만 해도 그렇다. 하루 240명이 즐기는 골프장보다는 10만명이 이용하는 공원조성이 더 공익에 가깝다는 서울시의 주장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주변에 100만평짜리 공원이 있음에도 이미 만들어진 서민골프장(6만평)을 공원으로 바꾸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반대주장에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공단 한 관계자는 “2년 넘게 계류돼 있는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주도권은 이제 서울시로 넘어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7년째 공방을 벌이고 있는 원지동 추모공원(화장장) 건립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린벨트 해제부지에 의료시설과 화장장을 동시에 짓겠다는 서울시의 아이디어가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이고 기발하기는 하다. 하지만 의료시설이 아니라 화장장 건립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한 당초의 취지를 외면하면 기준과 원칙이 무너지고 비슷한 민원이 잇따를 것이라는 국토해양부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고 보완대책을 세워야 한다.

서울시가 2006년 행자부를 대상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까지 제기한 정부합동감사 문제도 어떤 결론이 날지 궁금하다. 당시 행정1부시장이었던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합동감사를 공개적으로 거부했고, 이명박 시장도 “정부의 지자체 감사는 독재시대 발상”이라고까지 비판했는데 지금도 같은 입장일까. 또 헌재는 어떤 판결을 내릴까.

뿐만 아니라 송파신도시 건설이나 제2롯데월드 초고층 건립, 수도권 규제 완화, 수자원공사의 팔당댐 상수원 물값 징수 등 서울시가 각 부처ㆍ기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대립하는 사안은 수두룩하다. 하나하나가 민감하고 파장이 만만치 않은 것들이다.

이에 대해 정부에 서울시를 잘 아는 인사들이 많아 서울시가 휘둘리거나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공무원들이 그 속성상 권력자의 눈치를 보며 정당한 토론이나 설득마저 포기한 채 서울시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어떤 정책이든 명암이 있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다.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S라인들이 이러한 갈등 구도를 국익과 공익의 관점에서 어떻게 조정하고 보완해나갈지 많은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다.

최진환 사회부 전국팀장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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