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치안이 사라졌다. 범죄를 예방하고 범인 검거에 솔선해야할 경찰이 본연의 임무를 내팽개치고 있다. 위에선 국민을 향해 번지르르한 대책만 말하고, 아래선 무관심과 게으름으로 무사안일만 좇고 있다. 안양 초등학생 2명 납치살해사건으로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경찰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죄하며 다짐하는 그 순간 유사한 사건이 신고됐는데도 일선에서는 조금도 나아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일산 초등학생 ‘엘리베이터 폭행 및 납치미수 사건’의 경찰 대응을 보면 안양 두 어린이의 안타까운 죽음이 경찰에게만 아무런 의미도 주지 못했던 것 같다. 누가 봐도 안양 초등학생 사건을 떠올릴 수 있는데도 ‘취객의 단순한 폭행’으로 넘겨 버렸다. 피해 가족이 직접 범인 색출에 나서도 나몰라라 하는 식이었다. 뒤늦게 언론에 보도되자 부랴부랴 수사에 나섰다. 어젯밤 용의자가 검거된 과정을 보면 현장의 신고만 제대로 접수하여 CCTV만 주의깊게 관찰했다면 벌써 해결되었을 사건이었다. 주민에 대한 책임 의식이나 봉사 정신이 애초부터 없었던 게 문제였다.
범죄 대응력을 높이겠다며 3~4개 파출소를 묶어 지구대로 개편하면서 우려됐던 문제점의 일부도 드러났다. 대응 인력이 2~3명에서 10명 이상으로 늘었다지만 교대근무의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일산 사건도 신고를 받은 근무조가 비번 후 다음 근무에 나설 때까지 사건은 서류철 속에 잠자고 있었다. 인원은 늘었다지만 효율성과 유기적 관계가 부족하니, 기존 파출소들이 동네 약국처럼 근무조에 따라 번갈아 문을 열고 닫는 행태와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해당 경찰서를 찾아가 “경찰이 너무 해이해 있다. 사후약방문으로 처리한다”고 비판하고, “이래서는 안 된다”고 질타한 것은 일반인의 인식과 다르지 않다. 눈에 띄는 시위가 있을 때면 시위대보다 많은 경찰이 동원되고, 정치인이나 고위층의 행사엔 지나칠 정도로 그림자 경호를 하는 경찰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경찰의 보호와 감시가 필요한 곳에서는 눈에 띄지 않고 주민의 신고와 요청마저 묵살 당하기 일쑤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구대 운영의 문제점까지 재검토하여 쇄신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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