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서비스(제품)인데 같은 가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경쟁사와의 모임은 통상적인 정보 교환을 위한 것이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외국환수수료, 뱅커스 유전스 수수료 등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은 은행들의 변명 논리다. 은행 수수료는 금리와 마찬가지로 선도 은행이 주도하는 가격 결정행태를 보일 수 밖에 없다며 억울하다는 주장과 함께 행정소송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은행의 억울하다는 주장에 동의할 소비자는 거의 없을 것 같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5~8개 은행이 모두 같은 값의 수수료를 받는 게 당연하다면 현금 입출금기 사용 수수료나 타행 이체 수수료, 환전 수수료, 대출 수수료 등도 논리적으로 같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격도 중요한 경쟁력이고, 업체마다 인건비 등 비용도 다 다른데 수수료가 똑 같은 것을 담합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서로 기밀을 감춰야 하는 경쟁사들이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모여 수수료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 것 역시 분명한 담합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게는 이번에 적발된 외환수수료와 뱅커스 유전스 인수 수수료 외에도 담합에 의해 수수료를 결정한 사례가 더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31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은 금융규제를 최대한 빨리 완화하라고 강도높게 주문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후 국제적으로 금융감독 기능이 강화되고 금융회사들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를 마련하는 추세인데 우리는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국제경쟁력이 가장 큰 명분이다.
그러나 금융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이러한 규제완화 방안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은행들이 각종 규제가 없어도 공정한 경쟁을 하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국제 금융허브를 통해 우리나라의 제2의 도약을 기대하는 국민들에게 은행은 이제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이어서는 안된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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