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5선 중진의 박희태, 김덕룡 두 의원이 30일 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낙천의 쓴 잔에도 불구하고, 결국 당을 위한 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강재섭 대표와 함께 3인 공동선대위원장 체제가 됐으며, 세 사람은 수도권(김덕룡)과 대구ㆍ경북(강재섭), 부산ㆍ경남(박희태) 등 권역별로 역할을 분담해 선거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과 김 의원은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이명박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이 후보 당선에 기여한 사람들이다. 본선에서도 이명박 캠프 핵심 회의체였던 이른바 ‘6인회의’ 멤버로 이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그러나 두 사람은 총선 공천과정에서 ‘물갈이’의 유탄을 피하지 못해 탈락했고, 고심 끝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을 위해 선대위원장을 수락했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공천에 대한 섭섭함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박 의원은 “이번에 우리가 화합 공천에 좀 더 무게를 뒀다면 어려운 선거전을 펼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제 다 지나갔다. 따지지 말고 훌쩍 뛰어넘자”고 말했다.
중국에 머물다 선대위원장 제안을 받고 전날 귀국한 김 의원도 “공천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승복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을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으로 당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천 탈락으로 마음 고생을 했던 두 사람은 강 대표의 요청에 의해 선대위원장 직을 수락했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청와대가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들을 선대위원장으로 세운 것은 두 사람의 ‘면’을 세워주는 동시에 당내 화합 효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총선후 두 사람이 특임장관이나 대통령 정치특보 등 어떤 형태로든 비중 있는 자리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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