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부군과 반미 시파아 무장조직인 마흐디 민병대간 무력충돌로 위기로 치닫던 이라크가 양측의 협상으로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로선 민병대의 거센 저항으로 곤경에 처했고, 민병대 역시 미군 개입에 따른 전면전에 부담을 느껴 타협책을 찾은 모양새다.
마흐디 민병대를 이끄는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는 30일 성명을 통해 정부군과의 전투 중지 및 철수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라크 정부도 즉각 "긍정적인 결정"이라고 환영, 25일부터 엿새째 이어진 양측간 무력 충돌이 진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양측은 29일 이라크 남부 나자프에서 사태해결을 위한 협상을 벌였다.
알-사드르은 이날 성명에서 "유혈사태를 멈추고 이라크의 독립과 안정 유지를 위해 바스라와 모든 주(州)의 거리에서 철수하기로 했다"면서 "이라크 분열의 불을 끄기 위한 종교적 책임감으로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도 마구잡이식 공격과 광범위한 체포를 그만두고 (우리측) 수감자를 모두 사면, 석방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한편, "정부 조직, 자선단체, 정당 사무실을 겨냥해 무기를 드는 자는 우리 편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 사드르의 측근인 하젬 알-아라지는 "정부에게 무분별한 체포를 끝내겠다는 보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라크 정부 대변인도 "알 사드르의 성명을 환영한다"며 "이번 조치가 이라크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성명이 나오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라크 상황은 악화 일로를 달렸다. 25일 바스라에서 시작된 양측의 무력충돌은 이라크 전역으로 확대됐고 미군과 영국군의 본격 가세로 사망자도 300명에 육박했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29일 마흐디 민병대를 겨냥, "알카에다 보다 더 나쁜 악질"이라고 비난했고, 알 사드르도 이날 이례적으로 알 자지라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 "말리키 정부는 사담 후세인 만큼 국민과 괴리돼 있다"고 비난했다.
벼랑 끝을 향해 달리던 양측이 불과 하루만에 입장을 180도로 바꾼 것은 양측 모두 무력충돌 장기화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마흐디 민병대를 겨냥해 먼저 칼을 뽑은 이라크 정부가 민병대의 거센 저항에 밀려 발을 빼는 측면이 짙다. 외신들은 내전 초기부터 일부 이라크 경찰이 이탈해 민병대로 투항하는 등 전황이 이라크 정부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연일 타전했다. 알 오베이디 이라크 국방장관도 29일 "예상외로 저항이 거세 작전 계획을 바꿨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사태 장기화가 미국 내 이라크전 여론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 대선을 앞둔 부시 행정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알 사다르 측도 미군이 본격 개입하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전면전을 택할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또 마흐디 민병대 일부가 바스라 지역 이권을 두고 폭력조직화해 알 사드르의 종교적 운동을 퇴색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 사드르측이 이들 세력과 선을 긋고 나온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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