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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전문 '월간판타스틱' 첫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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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전문 '월간판타스틱' 첫돌

입력
2008.03.3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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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 전문 월간지 <판타스틱> (페이퍼하우스 발행)이 26일 제12호(2008년 4월호)를 발간하며 ‘통권 1주년’을 맞았다. “SF,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 등을 다루는 문화교양지”(최내현 발행인)를 표방하며 작년 5월1일자로 창간호를 낸 이래 <판타스틱> 은 매달 5,000~6,000부를 발행하며 마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장르문학의 저변을 넓혀왔다.

<미스터리> (추리문학 전문ㆍ계간 발행) <파우스트> (라이트노블ㆍ반년간) <해피sf> (SFㆍ무크) 등 장르문학 잡지가 몇몇 있지만, 높은 발행 부수, 월간 발행, 장르 종합 등 면면에서 <판타스틱> 은 독보적이다.

27일 서울 마포구 페이퍼하우스 사무실에서 만난 조민준(35) 편집장과 박상준(40) 편집위원은 “장르문학의 봄이 도래하고 있고 우리 잡지가 여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1년의 소회를 밝혔다.

잡지 창간 멤버로, 초대 편집장을 거쳐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씨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 SF 전문가. 손꼽히는 장르문학 전문가 김봉석, 박광규, 김상훈씨가 박씨와 함께 편집위원에 참여, 제작 방향을 조언하고 있다. 조씨는 드라마 전문지 <드라마틱> 편집장 출신으로, 올해 2월부터 <판타스틱> 편집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뛰어난 해외 장르문학 작가 및 작품을 누구보다 앞서 소개하고 있음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매월 6~8편의 소설 게재분 중 절반이 외국 출판사와 직접 판권 계약을 맺고 들여온 해외 작품에 할애된다. 올 3월호엔 우리에겐 생소한 1950, 60년대 SF 거장 코드웨이너 스미스의 단편들을 소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작년 6월호에 국내 첫 소개한 미국 작가 팀 프렛은 그 해 9월 권위있는 SF문학상 ‘휴고상’을 받아 편집진의 안목을 뽐냈다. 박 편집위원은 작년 4월 별세한 커트 보네거트의 특집 기사를 크게 다룬 일을 떠올리며 “<판타스틱> 아니면 어디에서 한국 독자가 이 위대한 작가의 추모 기사를 볼 수 있을까 싶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작품 발표 지면을 좀체 얻을 수 없는 국내 장르문학 작가에겐 이 월간지가 ‘가뭄에 단비’와 같다. 그간 복거일 이영도 좌백 듀나 배명훈 등 일급 작가들이 앞다퉈 신작을 발표했다. 조 편집장은 “기성 작가뿐 아니라 유망한 신진 작가 발굴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 공모는 따로 하진 않지만 매월 20~30편 가량 들어오는 투고작 중 뛰어난 것을 골라 수록하고 있다. 이명석, 이지문, 조성희씨가 이렇게 발굴된 신예작가다.

소설가 박진규, 박형서씨 등 ‘순문학 작가’들도 이 잡지에 판타지 단편을 발표하며 순문학-장르문학의 벽을 허물고 있다. 조 편집장은 “잡지 연재소설 중심으로 올 가을부터 ‘판타스틱 총서’라는 단행본 시리즈를 출간할 계획인데, 여기에 유명 주류 작가의 신작 장편이 예정돼 있다”고 귀띔했다. <어둠의 왼손> 을 쓴 세계적 작가 어슐러 르 귄을 비롯, 온다 리쿠, 미야베 미유키, 츠츠이 야스타카 등 유명 해외 작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잇따라 전한 ‘인터뷰’도 열독률 높은 코너다.

애호가들의 전위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대중 독자의 관심을 확장해야 하는 ‘모순적 임무’가 버겁지 않을까. 조 편집장은 “장르를 불문하고 본질을 꿰뚫는 작품이라면 일반 독자에게도 충분히 통할 것이란 믿음으로 편집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수만 좋아할 듯 싶은 ‘하드한’ 작품들도 우려와 달리 폭넓은 호응을 얻는 일이 많다고. 박 편집위원은 “잡지를 낼 때마다 일반 독자로부터 홈페이지, 이메일 등을 통해 많은 피드백이 온다”면서 “마니아 장르 독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면서 전위-대중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조 편집장은 “창간 1주년호부터는 기획과 신간 리뷰 코너에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고 복안을 밝혔다. 지난 1년간의 기획이 주로 개별 장르를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이었다면, 앞으론 장르 내부의 갈래, 개별 작가 및 작품 등 주제를 세분화해 밀도있게 다룬다는 것이다. 북 리뷰도 신간뿐 아니라 고전이나 아쉽게 묻힌 수작 등으로 대상을 확대, 실질적인 장르문학 가이드북 역할을 하게끔 할 계획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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