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부동산발 금융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0일 ‘한국판 서브프라임 부실 가능성 없나’ 제목의 보고서에서 최근 수년간 주택담보대출, 중소기업 부동산 대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이 크게 늘어나 부동산발 금융위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해 담보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연체율이 급증하면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덕배 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은행권의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47%이고 저축은행은 79%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던 1990년대 초 일본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당시 일본 은행권의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26%, 비은행권은 40%였다.
물론 1990년대 초 일본과 현재 국내 은행권의 대출 성격은 다른 것이 사실이다. 박 연구원은 일본 은행권의 LTV 비율은 100% 이상이었지만, 우리 은행의 경우 40~60% 정도이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정까지 도입해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등은 가계 외에 사업자에 대한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높고 부동산 PF를 유동화한 ABCP 등 단기 유동화 상품이 대량 유통되고 있어, 미분양 아파트 급증에 따른 저축은행의 PF 부실이 커질 경우 전반적인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총체적으로 볼 때 국내 금융회사의 과다한 부동산담보대출은 과거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및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지니고 있다”고 평했다.
연구원은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현실화한다면 가장 먼저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고, 이어 비은행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악화해 금융시장의 신용경색과 가계의 유동성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부동산ㆍ건설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심화되면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경기가 급랭하는 등 실물경제의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연구원은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정책당국이 금융권과 건설업체들이 공생할 수 있도록 적극 중재해야 하며, 금융회사들은 담보에만 의존하는 과거 대출관행에서 벗어나 신용대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건설업체들도 국내 주택시장의 구조가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위주로 변하고 있는 흐름을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민은행연구소가 발간한 ‘주택시장리뷰’ 보고서도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선 정부가 주택대출 규제에 유연히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혹시라도 금리가 현 수준보다 1% 이상 상승한다면 상당부분 상환위험에 처하고 단기적인 한계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변동금리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대출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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