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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평등해야 건강하다

입력
2008.03.2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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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윌킨스 지음ㆍ김홍수영 옮김/ 후마니타스 발행ㆍ392쪽ㆍ1만7,000원

최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평등주의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이들은 경쟁력 격차에 따라 발생하는 불평등은 합리적인 것이라면서 평등주의야 말로 선진화의 걸림돌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이 지배하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

영국 노팅엄대의 사회역학 교수인 리처드 윌킨스는 평등과 건강에 대한 심도깊은 고찰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의 허점을 파헤친다. 여기서 말하는 건강은 구성원 개개인의 수명이 길다는 생물학적 건강은 물론이고 구성원간 신뢰가 있는지, 공동체에 대한 자발적 참여는 활발한지, 살인 등 강력범죄의 비율은 높은지, 인종이나 지역차별 같은 적대감은 심한지 등 사회적 건강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저자는 경제적으로 평등한 사회와 불평등한 사회를 정밀하게 관찰하면서 건강을 정의하는 이러한 요소들이 한 묶음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우선 물질적으로 부유할수록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통념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고 갈파한다. 책에 따르면 일정수준의 부를 축적한 사회는 경제적 수준이 향상되더라도 더 이상 기대수명이 높아지지 않는다. 가령 1998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평균기대수명을 조사한 결과 부유하지만 비교적 사회적으로 불평등이 심한 나라인 미국은 스웨덴, 일본 같은 부국들은 물론 GDP수준이 절반에 해당하는 그리스보다도 기대수명이 낮았다.

사회적 건강성도 마찬가지. 미국 50개주들의 주민에게 “기회가 된다면 타인들은 당신을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물음을 던지자, 경제적으로 가장 평등한 주의 주민들은 10~15%만이 ‘그렇다’고 대답한 반면, 불평등한 주에서는 35~40%를 육박했다. 살인율의 경우 주 사이의 불평등 정도에 따라 10배 가량 차이가 났다.

책은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물질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갖가지 사회적 실패를 우려한다. 불평등한 사회는 사회적 지위를 둘러싼 경쟁을 부추켜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과도한 소비에 집착하도록 압박할 것이며 이는 ‘경제성장-자원고갈-환경오염’이라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것이다.

또한 가난한 이들의 경우 소득격차가 커질수록 직장, 집, 자가용 등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재화를 획득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을 열등하게 취급하다고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폭력적 성향을 강화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저자는 “만약 우리가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진심으로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이제 더는 불평등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고 말로만 떠들고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될 것”이라며 “불평등이 인간에게 미치는 파장을 더욱 철두철미하게 분석하려는 태도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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