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도와준다며 기업을 오라가라만 했습니다. 쓸모없는 산하기관도 너무 많이 만들었습니다. 면목없습니다."
관료출신의 김종갑(사진)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스스로의 30여년 공직생활에 대한 '공개 반성문'을 썼다. 새 정부의 관료사회 개혁 드라이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에서 하이닉스반도체 CEO로 옮긴 김 사장은 민간에서 본 공무원사회, 자신도 공직시절 보여줬을 행태를 적나라하게 비판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28~29일 1박2일로 열린 지식경제부 직원연찬회에 강사로 초청된 김 사장은 강연 자료를 통해 "공무원 시절 기술도 모르면서 기술유출방지법을 입안"했던 사례를 들면서, "1,000개 이상 기업을 방문하고 수많은 기업인을 만났지만 산업현장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정부 입장을 주입시키는데 주력했다"고 고백했다. 또 "기업에 대해 갑(甲)의 위치에 서서 행동하며 도와준다고 오라 가라고만 했다"며 "그리고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지원을 남발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민간기업에 와보니, 괘씸죄를 면하려 어쩔수 없이 눈도장을 찍는 기업들의 심정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것이다.
산하기관에 대한 후회도 있었다. 그는 "산하기관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며 "산하기관들이 (공무원보다) 더 관료적이고 기능은 중복돼 오히려 기업에 부담만 줄 뿐 아니라 위인설관(爲人設官)식 인사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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