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명박 정부 출범 한 달 즈음에 동시다발적인 긴장 조성에 나섰다.
북측은 전날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아 개성공단 내 남측 정부직원 11명을 쫓아낸 데 이어 28일 서해상 단거리 미사일를 발사했고 핵 의혹 부인과 불능화 중단위협 담화를 발표하며 우리측과 미국을 향해 도발적인 공세를 취했다. 북한 해군사령부도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에 대한 응징을 거론했다.
지난해 12월 대선 이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판을 피하고, 올 1월 뉴욕 필 하모니의 평양공연 등 미국과도 화해무드를 조성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판을 깨자는 것일까. 그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일련의 공세 수준이 우리를 포함, 주변국에 적당히 심리적 위협을 주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북측이 정교하게 수위를 조절한 듯한 인상이고 남북 관계든, 북미 관계든 토대가 구축된 기존의 질서를 뒤엎자는 취지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전날 개성공단에서 우리측 정부직원을 쫓아내면서도 민간부문 직원들은 그대로 둬 경협업무를 계속토록 한 점은 우선 카운트파트인 통일부를 타깃으로 삼아 새 정부 길들이기를 하는 걸로 볼 수 있다. 통상 5, 6월에 해 오던 미사일 훈련을 이 시점에 한 것도 전날의 물리적 행동과 외무성 담화에 대한 심리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7, 28일 판문점에서 6자회담 경제ㆍ에너지협력 실무접촉을 정상적으로 진행한 것 역시 판을 깰 생각은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시리아 핵 이전에 대한 신고를 거부한 북한의 외무성 담화는 강경한 가운데 절제돼 있다. 외무성은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우기면서 핵 문제 해결을 지연시킨다면 지금까지 겨우 추진돼온 핵 시설 무력화(불능화)에도 심각한 영향이 미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북측이 북핵 협상을 깰 의도라면 현재 진행중인 영변 원자로의 불능화 작업 중단을 선언했겠지만 경고만 하는 수준이다. 북핵 협상을 깰 의사는 없는 반면 신고 문제는 미측의 양보를 요구하는 북측의 신중한 접근으로 보인다.
동국대 김용현 북한학과 교수는 “북측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정교한 수를 둔 것”이라며 “우리측이나 미국을 향해 협상이나 관계를 끊겠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북측이 관망 모드에서 행동으로 돌아선 데는 우리측이나 미국의 대북압박이 두드러진 현 상황에 대한 반전을 노리면서 협상력을 높이는 전술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협상방식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며 “외무성 담화 등 일련의 움직임은 시간이 지나봐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측은 단계적으로 공세 수위를 높여온 과거 전례로 볼 때 한국과 미국의 반응에 따라 극단적인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대북지원에서 상호주의로 방향을 전환한 이명박 정부나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가운데 핵 폐기 협상으로 이끌어야 하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로서는 대응 수위를 놓고 고민일 수 밖에 없다. 상황이 다른 한미간에도 대북 대응을 놓고 교란이 생길 수도 있다.
정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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