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멀티플렉스 10년… 종합오락 공간으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멀티플렉스 10년… 종합오락 공간으로

입력
2008.03.28 18:27
0 0

서울 중구에 사는 최모(33)씨에게 극장 나들이는 일종의 종합 오락이다. 자주 찾는 용산의 한 멀티플렉스는 대형 쇼핑 몰을 이웃으로 두고 있을 뿐 아니라 서점, 오락실, 음식점, 술집 등까지 아우르고 있어 한곳에서 사고 먹고 마시며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사실 영화는 불법다운로드로도 즐길 수 있다”며 “극장은 영화이상의 그 무엇을 즐기고 싶을 때 찾는 곳”이라고 말했다.

1998년 4월 4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국내 첫 멀티플렉스가 들어선지 10년이 됐다. 현재 전국 스크린수의 80% 가량이 멀티플렉스 차지. 멀티플렉스는 양적인 면 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 우리 생활에 작은 ‘문화혁명’을 이뤘다.

한국영화 성장 이끈 '문화 고속도로'

멀티플렉스 10년은 ‘한국영화 르네상스’ 10년과 정확히 궤를 같이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총 영화관객수는 1억5,879만명(추정치)으로 1997년(4,752만명)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1인당 영화 관람편수도 지난해 3.3회로 10년 전의 1회보다 3배나 껑충 뛰었다. 1997년 43편에 머물렀던 한국영화 개봉작 수는 지난해 3배 가까운 112편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기간 충무로에선 꿈의 숫자로 여겨지던 1,000만명 관람영화가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 등 4편이나 탄생했다. 멀티플렉스가 한날 한시에 영화를 개봉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문화 고속도로’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이룰 수 있었던 실적들이다.

대중문화 소비형태 바꿔

멀티플렉스는 관람 문화도 크게 바꿨다. ‘도심지 극장 먼저 개봉→변두리 극장의 재개봉’의 개봉 방식이 사라지면서 특정 극장에 가야만 특정 영화를 볼 수 있었던 모습은 옛 풍경이 됐다.

각 지역별 소비거점에 멀티플렉스가 속속 들어서면서 대중문화의 보편화에도 기여했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관객이 극장을 찾던 시대에서 극장이 관객을 찾는 시대로 변하게 됐다”며 “영화의 관객층을 넓히는데 큰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멀티플렉스가 지역상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입점 여부가 상가 빌딩의 가치를 좌우하는 잣대가 되기도 했다.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의 등장은 서울극장과 단성사, 대한극장 등 수 십년 동안 ‘한국영화 1번지’로 통하던 종로3가와 충무로 일대 극장들의 침체를 부르기도 했다. 심재명 MK픽처스 대표는 “극장 브랜드가 관객의 영화 선택에도 영향을 줬다”며 “전통적인 극장들이 멀티플렉스의 외형을 갖췄음에도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볼게 오히려 줄었다" 비판도

멀티플렉스의 그늘도 짙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과 영화 다양성의 실종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영진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0개 이상 스크린서 개봉한 영화는 29편으로 2003년(5편)보다 6배 가량 늘었다. 반면 10~30개 스크린서 개봉하는 중급 영화는 40%에서 9%로 줄어드는 등 개봉 스크린 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는 918개 스크린서 개봉, 전국 스크린의 44%나 점유하는 기록을 세웠다. 2개 스크린 중 1개를 장악한 셈. 극장과 스크린은 갈수록 늘고 있으나 실제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동진씨는 “멀티플렉스 도입의 장점 중 하나가 한 곳에서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제 역할을 못해 문화적 다양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