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내 남북경협사무소에 상주해온 남측 직원 11명이 북측의 갑작스런 요구로 어제 새벽 철수했다. 김하중 통일부장관이 최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핵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북측은 이를 문제 삼아 24일 ‘3일 내에 당국 인원 철수’를 구두 통보했다고 한다. 걱정스러운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남북경협사무소는 남측 민ㆍ관 요원들이 북측과의 교역 및 투자 정보 교환, 상담 등을 맡아온 상설 창구로 남북경협 확대에 기여해 왔다. 이 기구의 운영 중단으로 대북 교역 및 투자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물론 남북경협이 전면 중단되는 것은 아니며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개성공단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조짐이 매우 좋지 않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관망 자세를 보여오던 북측이 정면 대응에 나섰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4일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기조발언을 통해 북한 인권 개선조치를 정식 촉구했다.
유엔 북한인권보고관 임무연장 결의안 찬성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그제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는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주요 합의사항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6ㆍ15공동선언 및 10ㆍ4 정상선언 이행을 중시하는 북측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측의 지원이 아쉬운 북한이 경협 전면 중단으로 이어질 극단적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담할 수 없다. 서로 감정과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 거듭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핵 신고를 둘러싸고 북미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개입이나 중재 여지는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상황이지 않은가.
한반도 긴장관리와 평화유지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새 정부가 국제적 룰을 벗어나지 않는 남북대화와 협력을 추구하는 것은 좋지만 실속 없는 강경 자세로 파국을 부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는 어제 긴급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강한 유감표시와 함께 당당하게 원칙을 갖고 대처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당당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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