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국내 첫 선을 보인 <맘마미아> 가 다음달 9일 라이선스 뮤지컬의 역사를 새로 쓴다. 대형 라이선스 공연으로는 최다인 500회 공연을 맞는 것. 다녀간 관객만도 68만 여명에 달한다. 스웨덴 그룹 아바의 히트곡 22곡에 가족애와 우정을 자연스럽게 버무린 원작의 탄탄함 덕분이겠지만 자연스러운 호흡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힘 때문이기도 하다. 맘마미아>
특히 주인공 도나를 위로하고 지지하는 친구 로지와 타냐로 초연부터 출연해 온 이경미(47) 전수경(42)은 끊임없이 교체 투입되는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며 작품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박해미 문희경 이태원 최정원 이재영 김선경 6명의 도나가 거쳐가는 동안에도 한 자리를 지켜 온 <맘마미아> 의 터줏대감인 셈이다. 맘마미아>
"우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 많은 도나들이 역할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로지와 타냐가 따뜻하게 보듬어 줬기에 도나가 딸 소피와 자연스럽게 화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요."
지난 4년 동안 로지로 살아온 이경미의 말에 타냐 전수경이 "우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거든다. 배우로서는 단 2,3개월의 공연만으로도 힘에 부칠 대형 뮤지컬 무대에 꾸준히 선 것에 대한 자부심의 반영이다.
"같은 역할을 오래 하니까 출연료를 많이 받느냐고 묻는 사람도 간혹 있어요.(웃음) 중년 여성의 우정을 다룬 작품이어서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계속 참여한 건데 말이죠."(전수경)
"지금은 초연 때보다 더 역할에 맞는 나이가 됐어요. 요즘은 정말 로지에 푹 빠져 살아서 내가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집착 증세까지 보일 정도죠."(이경미)
5년 간의 영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2000년 귀국한 이경미는 <맘마미아> 초연 당시 역할을 위해 살을 8kg이나 찌웠다. 이 작품에 대한 그의 애정은 그만큼 각별하다. "제게는 <맘마미아> 가 제 2의 인생을 열어준 작품이에요. 나이를 먹어가는 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줬으니까요. 사실 오랜 공백 이후 연기 경력을 다시 쌓는 게 쉽지만은 않았거든요." 맘마미아> 맘마미아>
전수경도 마찬가지다. 초연 무대에 성공적으로 섰지만 2006년 앙코르 공연 때 성대결절로 오디션에서 탈락했던 전수경은 치료를 마친 후 제작진을 설득해 결정을 번복하게 했다.
물론 90년대에 수많은 뮤지컬에서 함께 주인공으로 활약한 이들이 처음부터 조연인 로지와 타냐에 이토록 강한 애정을 보인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내심 도나를 호시탐탐 노렸다고 한다.
도나는 새로운 캐스트가 발표될 때마다 화제가 될 정도로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캐릭터지만 로지와 타냐 없이 빛날 수 없다는 걸 이제 그들은 잘 안다. "때로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 들어요.
우리는 역할에 익숙해도 새로 캐스팅된 도나 역의 배우가 긴장해 있으면 연기의 진폭을 맞춰야 하니까요."(전수경) 그래서일까. 두 사람은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남자를 좋아하고 공주병도 있었다"는 이경미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페미니스트 성향이 강한 로지의 성격을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맘마미아> 가 500회를 향해 달리는 동안 관객도 많이 달라졌다. 마니아층이 많았던 초연과 달리 지금은 뮤지컬을 난생 처음 보는 관객도 늘어 책임감을 느낀다는 게 두 배우의 말이다. "무엇이든 첫경험이 중요하잖아요. 처음에 좋은 공연을 보여드려야 뮤지컬팬이 되실 테니 정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체력이 닿는 한 계속 출연해야 할까 봐요."(이경미) 맘마미아>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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