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쇼타(高橋翔太)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 취업이 확정된 22세의 청년이다. 장기불황의 막바지였던 5, 6년 전의 선배 세대만 해도 취직은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 였다.
하지만 다카하시는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본 중견, 대기업 3곳으로부터 내정 통보를 받았고 그 중 마음에 드는 직장을 골라 잡았다.
해마다 신입사원의 특징을 분석해 발표하는 일본 사회경제생산성본부는 올해 일본 신입사원을 '컬링(Curling)형'이라고 이름 지었다.
동계 올림픽 정식 종목인 컬링은 4명이 한 팀이 되어 하우스로 부르는 원 안의 표적에 스톤(돌)을 굴려 어느 편이 표적에 더 가까이 가게 했느냐에 따라 승부를 가리는 빙상 경기다. 납작한 원형 돌을 던지고 긴 빗자루처럼 생긴 브러시로 열심히 얼음 바닥을 문지르는 기술이 승패를 좌우한다.
생산성본부가 올해 신입사원을 컬링형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우선 이들이 버블경제기보다 더한 기업의 구인 초과로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쉽게 취직했기 때문이다. 합격 내정을 받은 기업이 여러 군데라 어딜 갈지 망설였다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일본 기업이 채용인력을 늘린 것은 2004년부터. 그 뒤 최근 5년 연속 평균 10% 안팎으로 신입사원이 증가했다. 올해 신입사원은 지난해보다 9.8% 늘었고, 내년에도 1,540여 주요 기업이 14만3,600여명을 채용해 채용 규모가 7.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취업이 쉽다는 이유만으로 컬링형 사원으로 부르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본부가 최근 일본 기업의 신입사원 의식조사 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수십,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회인이 된 선배들과 의식 자체가 다르다.
신입사원이란 쓱 닦으면 금세 빛나는 존재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기업은 이들의 등을 살며시 밀어 놓고 브러시로 바닥만 계속 문지른다. 취업전쟁에서 겨우 살아남은 선배들은 구직의 어려움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후배들을 재촉하거나 나무라기보다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부심한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바닥 닦기를 멈추면 이들은 일의 속도가 떨어지고 심지어 멈출 가능성도 높다. 쉽게 취직한 만큼 회사에 대한 귀속의식도 낮다. 반대로 일에 너무 몰입해서 필요 이상으로 목표치를 넘어선다거나 조직과 불화 하는 사람이 생길 우려도 적지 않다.
생산성본부는 "지난해 하반기 미국 발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일본 경제도 앞날이 불투명해져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며 "컬링형 신입 사원들도 미래를 자신의 노력으로 개척해 나가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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