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검찰이 아동ㆍ부녀자 성폭력 범죄예방에 초점을 맞춘 치안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새 정부가 치안 확립을 표방한 즈음에 충격적인 어린이 납치ㆍ피살 사건이 불거진 마당이어서 언뜻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으로 비친다. 그러나 모든 개인 휴대전화에 위치추적장치(GPS)를 의무화하고, 아동 상대 상습 성범죄자를 감호시설에 수용하는 등의 논란 많은 새 제도 도입을 앞세운 것은 마땅치 않다.
경찰이 일껏 궁리한 GPS 의무장착 방안은 철없을 정도로 무모한 발상이다. 경찰은 휴대전화의 20%에만 GPS 기능이 있어 납치범죄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 위치 추적이 어려운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수사 편의를 위해 국가가 사실상 모든 국민의 행적을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을 갖는 것이다. 개인의 사생활, 프라이버시 권리를 무차별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이런 제도를 국민 개개인의 비용부담으로 갖추는 것은 일찍부터 ‘감시 사회’ 논란을 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감히 꿈꾸지 않는 일이다.
현행 위치정보 보호법이 112 신고만을 근거로 경찰이 위치추적을 의뢰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을 개선하는 방안은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 방어와 사생활 보호의 엇갈리는 법익 사이의 균형을 신중하게 가늠해야 한다.
이걸 뻔히 알면서 황당한 구상을 들고나온 것은 잇단 어린이ㆍ부녀자 실종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게으르고 부실한 수사 행태에 대한 책임 추궁을 비껴가려는 얄팍한 속셈마저 의심하게 한다.
검찰이 상습 성범죄자 등의 형 종료 후 감호제도를 들고나온 것도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검찰의 제안은 성도착자 등의 형기 중 격리치료가 목적인 치료감호와 달리, 폐지된 옛 보호감호 제도와 같은 이중처벌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외면한 구상을 굳이 다시 꺼낸 것은 확고한 신념이기보다는 ‘안되면 말고’ 식의 제스처로 비친다.
흉악범죄 수사와 예방에 도움되는 법과 제도는 늘 연구해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제 할 일을 제대로 하는 자세를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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